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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탁 진 Dec 09. 2021

붕어빵이 익어가는 시간

겨울에 생각나는 그 맛...

                   붕어빵이 익어가는 시간...  



  바람이 차가웠지만, 그래도 햇빛이 있어 따스한 느낌이다. 약간은 따가움마저 들었다.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데,  문득 코끝에 날아드는, 익숙하고 맛있는 냄새가 코 끝에 맴 돌아다닌다...


  "아, 붕어빵이다!!"


  이번 겨울, 처음 보는 붕어빵 리어카...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 아주머니에게 오천 원어치만 달라고 말했다...


  천 원에 두 마리란다... 붕어빵 물가도 많이 올랐네.. 있다가 학교에서 돌아올 딸내미에게 주려고... 나도 좀 먹고... 그래서 좀 많이 사려고 했다.


  붕어빵은 내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군것질거리다... 오래전, 내가 동화로 등단한 작품도 붕어빵 이야기이고...


  아마 이맘때쯤, 아니면 좀 더 깊은 겨울이었던가.. 기억이 가물거린다. 나이는 어쩔 수 없나 보다..


  하여튼, 한창 아동문학 공부할 때였다. 저녁 수업 마치고 집으로 가던 길에... 아내가 붕어빵 먹을 거냐고 물었다.. 속도 출출하고 해서.. 먹자고 말했다. 아내는 길가에 차를 멈추더니 후다닥 달려갔다... 아마도 거리에서 붕어빵 리어카를 발견했나 보다...


  한참 뒤에 돌아온 아내가 내민 붕어빵 봉지... 따스한 온기가 차가운 내 손안에 가득 들어왔다.


  붕어빵 장수 아저씨가 한 손으로 굽고 또 한 손으로 담느라고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다른 한 손은 불편했는지 그냥 가만히 있더라는 거였다... 


  나는 붕어빵을 맛있게 먹으며 한 손으로 붕어빵을 굽는 상상을 해보았다... 빵틀을 열고, 밀가루 반죽을 짜고, 빵틀을 덮고, 도구를 잡아 뒤집고, 익었는지 열었다 닫았다 확인하고, 하나 하나 꺼내고, 봉지에 담고... 빨리빨리 할수도 없을 거고, 차근차근 하지 않으면 안 될 거니... 마음이 급하면 쉽지 않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의 일이 머릿속에 맴돌아다니다 결국 나의 등단작 <붕어 한 마리> 동화로 탄생하게 되었다... 


  호출한 택시가 도착했다고 빵빵거린다. 아직 붕어빵은 덜 되었단다.. 나는 그냥 구워놓은 것만 싸 달라고 했지만, 도통 반응이 없다. 연방 달그락 빵틀만 열었다 닫았다  아주머니의 손은 바쁘게 움직였지만... 붕어빵이 익는 데는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했으니...   


  처음에 분명 오천 원어치 달라고 했으니... 아마도 그 아주머니는 오천 원어치를 다 구워주려고 하는 모양이다.. 택시는 길가에 대어놓고 빨리 타라고 빵빵거리고... 아주머니는 열심히 붕어빵 틀을 여닫고... 나는 택시와 붕어빵 리어카 사이에 서서 발만 동동 구르고...


  빨리 타라고 재촉하는 기사에게 잠깐만 기다리라며 말은 했지만, 붕어빵이란 게 금세 구워지는 것도 아니고... 분명 그 아주머니의 마음도 내 마음 못지않게 조마조마하고 급했으리라...


  빵빵!!! 빨리 타세요...


  덜거덕 달그락!!! 다 되어가요.... 


  아, 붕어빵부터 사고 택시를 부를 걸... 이거 정말 난처한 상황...


  결국 아주머니는 붕어빵을 3천 원어치만 구워 담아주었다. 아주머니로서는 2천 원 손해 본 기분이었으리라... 시간만 조금 더 있었더라면...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는 모락모락 맛있게 피워 오르는 붕어빵 냄새가 가득했다.


  나는 기사에게 한 마리 줄까 말까 생각하다가 그냥 생각을 접었다... 기사가 아니었으면 그 아주머니는 5천 원어치를 다 구울 수 있었을 텐데... 뭐 별로 주고 싶지 않았다... 


  하긴, 그 기사도 먹고 싶은 생각도 없을 거지만... ^^


  집에 와서 딸내미도 나도 붕어빵을 맛있게 먹었다.


  붕어빵을 굽느라 급했을 아주머니의 손길이 생각나 더 맛있고 따스하게 느껴졌다... 


  혹여 빨리 익지 않는 붕어빵 틀을 바라보며 더 애를 태웠을 아주머니의 마음이 안쓰러워졌다... 어쩌면 붕어빵보다 아주머니의 마음이 더 빨리 익었을지도...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 다가오면,  특히나 붕어빵 생각이 많이 난다. 


  세상의 그 무엇이든 제대로 익기를 바라면, 조급한 마음은 버리고, 느긋하게 기다려주는 여유가 있어야 되지 않을는지......


  요즘도 가끔 거리를 걷다가 붕어빵 리어카가 보이면 아내는 내게 곧잘 묻는다. 


  "붕어빵 사 줄까?"


  그러면, 이내 입 안에서는 군침이 슬그머니 돌고, 붕어 한 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내 마음속에서 맛있는 온기를 피우며 서서히 헤엄을 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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