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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첼쌤 Dec 12. 2023

아이가 사랑스러워 보이는 의외의 순간은

바로바로..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쁘다고 누구나 자식을 낳으면 물고 빨고 하면서 예뻐할 수밖에 없다. 육아의 고됨과 지침도 아이의 미소 한 방이면 풀리기도 하고, 하루 종일 지지고 볶고 혼내며 전쟁 같은 육아 일상을 보냈어도 밤에 곤히 자고 있는 아이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벅차오르는 사랑의 감정에 괜스레 참회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자녀에게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듬뿍 주어야 한다고, 육아 전문가 및 각종 육아서를 통해서 열심히 학습했지만 가끔은 실천이 참 어렵다. 내가 원하는 행동을 하고, 내가 바라는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을 때에만 흐뭇함을 느끼는 내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이거야말로 조건적인 사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떼를 쓰고, 짜증을 부리고 제 뜻대로만 하려는 막무가내의 아들 녀석을 보고 있자면 무조건적인 사랑의 실천이란 나 같은 미물에게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가 깨닫곤 한다.


최근에 내가 아이를 가장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순간을 나도 모르게 인지하게 되었다. 그 순간들은 각각 시간과 장소는 달라도 일말의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아이가 무언가에 몰입하고 있을 때다. 물론 게임이나 유튜브 시청 같은 비생산적인 활동은 제외다.


받아쓰기 숙제를 한다고 연필을 잡고 손에 힘을 줘서 꾹꾹 눌러쓰고 있을 때, 다른 애들은 몇 달이면 마스터하는 자유형을 느린 대근육 발달 탓에 몇 년에 걸려 겨우 마스터하고 이제는 접영도 제법 해내는 모습을 볼 때, 이제 레슨 시작한 지 얼마 안돼서 견디기 힘든 소음에 가까운 바이올린 연주를 듣고 있을 때, 부족한 실력이나마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아무도 패스해주지 않지만 축구공 한 번 차보겠다고 열심히 뛰어다닐 때 등이다.

피아노 대회 준비를 위해서 똑같은 대회곡을 수십 번, 수백 번 연습하던 순간은 나조차도 같이 긴장하고 불안함을 느끼는 바람에 온전히 즐기지 못했다.


특히 바이올린 연습을 할 때는 아주 가까이서 아이를 관찰할 수 있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사랑스럽다. 선생님께 배운 대로 자세를 잡느라 올챙이배를 앞으로 툭 튀어나오게 서서, 눈은 악보에 집중하느라, 양손은 악기와 활을 제대로 쥐고 음색을 만드느라 애쓰며 고군분투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연습 소리는 귀를 막고 싶을 만큼 아직 서툴지만 그마저도 열심히 노력하는 아이의 모습에 몰두되어 견딜만한 소음이 되어있다.


어제는 학습지 숙제를 하면서 세 자릿수 덧셈, 뺄셈을 열심히 받아 올림, 내림을 하면서 푸는 아이의 모습이 너무 예뻐서 다가가서 뽀뽀하면서 건들고 방해하고 말았다. 그 짧은 집중의 순간은 온전히 몰두할 수 있게 내버려 둬야 하는데 내가 참지를 못했다. 반면에, 게임이나 유튜브에 푹 빠져서 집중하고 있을 때면 왜 이렇게 한숨이 푹푹 나오는지..


무언가 생산적인 활동에 몰입하면서 빠져들어있는 아이의 모습은 하루 중 정말 몇 안 되는 순간들 뿐이다. 바이올린 연습도 하라고 백번이상 잔소리 해야 겨우 악기를 들고 서서 시작하고, 받아쓰기 숙제도 얼른 하라고 계속 재촉해야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아서 시작한다. 일단 무언가를 시작한 후에 그 활동에 온전히 빠져서 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밥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 같다.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주어진 과제를 해내면서 아이는 자라고 성장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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