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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첼쌤 Mar 28. 2024

40대되니 운동도 눈치 보면서

이제 악으로 깡으로 안되네요

빅씨스 운동 유튜브에 푹 빠져서 지난 몇 달간 참 열심히도 했다. 1키로짜리 덤벨까지 구입해서 근육 운동을 따라했다. 매일 아침 일어나 거의 1시간 가까이 운동하고 샤워를 하고 나면 참 개운했다.


태생이 몸치에다가 운동 신경도 없기에 몸 움직이는걸 싫어하지만 몇 년전부터 운동의 필요성을 느껴왔다. 매일 아침 스트레칭이나 요가 20분으로 시작해서 천변 걷기에 러닝도 도전했고 아파트 헬스장 러닝머신 위에서 열심히 뛰기도 했다.


이른 아침 집앞 천변에 나가서 런닝을 하던 시기가 가장 활발하게 운동을 하던 리즈시절이었는데 중간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한창 재미들려서 달리기 시작했는데 날씨가 너무 혹독하게 추워져서 눈과 비바람이 몰아치는 한겨울에는 도저히 야외 달리기를 할 수가 없었다. 결국 아파트 헬스장으로 옮겼으나 몇몇 터줏대감 아저씨들이 부담되어서 그만두었다.


달리기는 정말 러너스하이도 가끔 느낄 정도로 몸에 좋은 운동이라 여겨졌는데 밖에서 뛰다가 그대로 쓰러져서 실신하는 바람에 그 후로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 그날만 유독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쓰러졌을수도 있지만 그 순간이 너무 무섭고 이대로 죽을 것 처럼 고통스러웠기에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다.


이런저런 이유로 다른 운동들은 제쳐두고 유튜브에서 홈트 영상을 보며 운동하는게 제격이다 싶었다. 참 부지런히 아침부터 일어나서 뉴욕 고층 건물에 사는 멋진 빅씨스님을 선망하며 나도 운동하면 저런 몸이 되리라 희망을 품으며 열심히 따라했다.


그런데 몇 년째 잊고 지냈던 자가면역질환이 갑자기 도졌다. 어차피 병원 가봐야 근본적인 처방은 없고 스테로이드 약이나 처방 받을 것이고 온 몸에 퍼지지 않는 이상 굳이 진료를 볼 필요는 없다. 스트레스 받지 말고 푹 쉬어야하는게 가장 큰 처방 중 하나인 질환이다. 사실 크게 스트레스 받은 일도 없고, 애도 개학해서 나름 쉴 시간도 확보하면서 지내는 중인데 왜 갑자기 몸 컨디션이 축축 다운되는건지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일단 이 병은 최대한 안 움직이고 쉬는게 가장 급선무다. 오래 서있고, 뛰면서 과격한 운동을 할수록 더 심각해지고 오랫동안 낫지를 않는다. 너무 아쉬운 마음이 컸지만 일단 아침 운동을 중단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 시간에 잠이나 더 자기로 했다. 몸이 다시 좋아지면 시작하면 되지뭐, 안 아픈게 우선이지 운동 며칠 쉰다고 큰일이야 나겠어.


거짓말처럼 일주일정도 운동을 중단하고 충분히 자고 쉬면서 움직임을 줄이려고 애를 쓰니 상태가 회복되었다. 신기할 정도로 눈에 띄게 증상이 사라졌다.


오예! 이제 다시 운동할 수 있겠다. 다행이다. 그래도 갑자기 전에 하던 운동량으로 돌아가면 몸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20분 정도로 가벼운 강도의 운동으로 다시 시작해보기로 했다. 하루 이틀은 스트레칭만 하다가 다시 예전에 하던 운동을 해보았다. 오랜만에 하니까 힘들긴 했지만 다시 건강해지는것 같고, 기분은 상쾌했다.


그런데, 그 날 저녁부터 다시 증상이 도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아뿔싸, 아직 내 몸은 준비가 안됐는데 무리한건가.


엄청나게 과격한 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4-50분 정도 스트레칭과 유산소, 근력 운동이 적당히 혼합된 홈트 영상 따라하는건데 이게 이렇게까지 몸에 무리가 된다니, 내 체력은 너무 심하게 저질이다. 수년간 저질체력을 극복해보겠다고 이 운동 저 운동 해봤지만, 재미 붙이면서 더 속도를 낼라치면 몸에서 급하게 브레이크를 걸어서 꼭 그만두게 된다.


천변에서 달리기하다가 쓰러진 날 남편은 날 업고 집에 돌아오면서 다시는 바깥에서 달리기 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다. 쓰러진 내 모습에 깜짝 놀란 아이는 울면서 엄마 운동하지 말라고 사정했다. 그런 연유로 한동안 쉬다가 홈트로 다시 시작한 운동인데, 이제 또 몸에서 하지 말라며 격하게 반응한다.


나이 먹으면 남는건 건강뿐이라고 해서 꾸준히 운동하면서 체력을 기를려고 했는데, 기르기는 커녕 많이 쉬어야 낫는 병에 걸려서 이러고 있으니 답답하다.


몸의 반응을 무시하고 어거지로 참고 이를 부득갈면서 운동을 강행해 나갈 수도 있지만 그러자면 증상이 손쓸수없게 심해져서 병원 신세를 지게 될까봐 두렵다. 지금은 내가 적당히 조절할 수 있는 범위에 있지만 증상이 지나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병원에 가봐야하기 때문이다.


쳇, 40대 되니까 운동도 내 맘대로 못하는 지경이구만. 젊었을 때 더 열심히 할껄. 그 때도 저질체력이긴 했지만 억지로 의지력을 발휘해서 뭐든 하려고 하면 몸이 안 따라줘서 못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매일 악으로, 깡으로 내 안에 별로 남아있지 않은 악바리 근성을 모아 모아 뭔가를 하려고 해도 몸이 받쳐주질 않아서 못하겠다. 내 몸 눈치를 봐야하는 것이다.


참 서럽다. 나이든것도 서러운데, 운동도 내키는대로 못하는 세상이라니. 하던 운동을 못하니까 너무 찌푸둥하고 더 피곤한것 같고 일상의 활력도 사라진것 같아서 괴롭다.


어쩔수없이 아주 가볍게 몸 풀어주는 스트레칭만 아침마다 하고 있다. 증상이 어서 사라져주길 고대하면서.


내 이 몸뚱아리야, 이 정도도 못하게 하면 너 정말 반칙이다. 좋은 음식 먹고 더 세심하게 돌봐줄테니 어서 회복되어서 나 운동 좀 하게 해주라, 나도 한 번 야무지게 체력 길러보고 싶다니깐?





<사진출처: Bigsis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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