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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 큰 나무의 미혜 Dec 26. 2021

마실까? 말까?



 아이들을 재우고 조용히 침실 문을 닫고 나오는 짧은 순간 맥주의 톡 쏘는 싸함이 입안 가득 감돈다. ‘마실까? 말까?’ 부질없는 찰나의 고민조차 손은 참지 못하고 이미 냉장고 문을 열어 마시기 딱 좋은 차가운 맥주 한 캔을 꺼낸다. “따악~!” 이른 밤 홀로 맥주 캔 따는 소리에 감동하며 하루의 답답함을 씻어내듯 차가운 맥주를 꼴깍꼴깍 들이켠다. “캬아~!” 에라 모르겠다! 오늘의 할 일은 내일의 나에게로 미루고 한 손에는 맥주를 한 손에는 리모컨을 까딱까딱 들고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본다. 이상하게 종일 아이들과 붙어있으면 밤마다 피로회복제처럼 맥주 한 캔이 간절해진다. 아무 생각도 필요 없는 TV 프로그램까지 골라 틀어놓고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맥주를 마시고 있으면 그날의 고단함이 말끔히 지워지는 기분이다. ‘어라? 언제 다 마셨지? 딱 한 캔만 더 마실까?’ 요즘 알게 모르게 슬금슬금 삐져나오는 뱃살을 잡아보며 또 부질없을 찰나의 고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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