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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 큰 나무의 미혜 Dec 28. 2021

이제부턴 건강이 우선


 “이제 두 분 다 40대가 되셨으니 녹내장 검사 한 번 받아보세요.” 다시 아이들을 2주 만에 등원시키고 바쁘다며 병원을 미루는 남편과 함께 안과에 갔다. 다행히 둘 다 아직은 크게 아픈 곳이 없지만 40대가 되니 몸 여기저기가 자잘하게 아프기 시작한다. 사실 부모가 되고서부터 쉴 틈 없이 몸을 쓰기만 했다. 그래도 30대는 어찌어찌 버텼는데 이제는 더 버티지 못하겠다. 아니 어쩌면 지금이 바로 정기검진을 받을 시기 같다. 그동안 바쁘고 병원비가 부담되어서 (그리고 어른이 되어도 병원은 무서워서) 미뤄왔는데 연말에는 더 미루지 못할 정도로 아파서 내과, 치과, 안과 등 각 병원을 돌아다닌다. 덕분에 감기약, 소화제, 유산균, 안약 등 각종 영양제가 주방 싱크대 한쪽에 쌓여간다. 요즘에는 남편과 만나기만 하면 누가 누가 더 아픈지 배틀을 벌인다. 씁쓸하고 우울하면서도 같이 늙어가는 친구가 있어서 좋다. “우리 이렇게 골골거리며 오래오래 같이 살자.” 아이 키우면서 곧 헤어질 듯 싸우기도 했지만 이제 아프기 시작한 우리를 보니 서로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오래오래 지켜봐 주는 친구로 살고 싶다.

 어느 날 밤 잠든 예솔을 보며 공연히 예솔이 스무 살일 때 내가 몇 살일지 서른 살일 땐 몇 살인지 아이와 나의 나이를 쭉 비교해가며 계산해봤다. 아무리 건강하게 오래 산대도 예솔은 50대까지만 엄마를 보겠다는 생각이 들어 왠지 미안하고 안쓰러웠다. 오랫동안 옆에 있어 주는 엄마가 되려면 정말 건강해야겠다. 그래서 이번에도 재난지원금으로 평소에는 사지 못했던 가족의 약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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