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위해 이어지는 이야기
피휴피휴 아이들의 작게 코 고는 소리와 따스한 체온의 달콤한 냄새를 맡으며 그날의 고단함을 풀어낼 단잠에 빠져들 뻔하다가 번쩍 눈을 떴다. 그러고는 아이들이 깨지 않도록 천천히 몸을 일으켜 조용히 방문을 닫고 거실로 나왔다. 혼자만의 시간에 할 일도 많고 ‘오늘은 힘든데 건너뛸까?’ 싶은 날도 있지만, 요즘에는 운동이 습관이 되도록 무조건 아이패드부터 꺼내온다. 헛둘헛둘 밤마다 가족을 재우고 운동하기 며칠째. 이제는 내게 맞는 운동으로 정렬해둔 유튜브의 재생목록을 틀 수 있게 되자 절대로 굽히지 않을 듯했던 굳은 몸도 조금씩 움직여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땀나게 운동해도 퉁퉁 부은 몸은 줄지 않지만, 어제보다 오늘 더 유연해졌음에 신나서 나 혼자 밤이 깊어가는지도 모르고 요래조래 팔다리를 뻗어본다.
여름방학이다. 이제는 아이들이 제법 자라서 나의 육아에 쉼표도 생겼지만 아무래도 종일 붙어있으니 점차 지쳐간다. 작년 겨울방학에는 추운 날씨에 코로나바이러스까지 더해져 활동도 제한적이었지만 숨 쉴 구멍 하나 없는 우물에 잠겨있었다. 엄마인 내가 우울하지 않았더라면 아이들이 집에서라도 달달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 텐데 몹시 미안하고 안타까웠다. 언젠가부터 내 안에 보라색 물이 차오르면서 거울을 볼 때마다 주름진 얼굴에 흰머리 무성한 노인이 퀭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었다. 한 번 시든 꽃은 다시 피어나지 못하니깐 꽃잎이 하나둘 떨어지기만을 멍하니 기다렸었다. 시큰거리는 관절은 살짝만 추워져도 날카로운 송곳으로 쑤시듯 아렸고 떨어지지 않는 감기에 매일 쌍화탕을 커피처럼 마셨다.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배가 아파서 약 1년 동안 역류성 위염약을 줄줄 달고 살았다. 지금은 안구건조증, 결막부종, 안검염 등 각종 눈병으로 돌이켜보면 단 하루도 아프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런 주제에 좋은 엄마가 되겠다며 아이들을 이고 지고 참으로 미련스럽게 바득바득 애만 썼다. 그러다 툭 떨어지는 체력에 때때로 고함만 잔뜩 지르는 괴물로 변한 자신을 보고 놀라서 다시 운동을 찾았다. 내 꿈은 아이들에게 즐거운 감정으로만 남을 엄마인데 그러려면 역시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만 했다.
앉아서 한 다리씩 측면으로 열고 발등을 몸쪽으로 당긴다. 배꼽, 가슴, 이마 순으로 상체를 숙이고 골반이 바닥과 가까워지도록 앞으로 기울인다. 처음에는 고개조차 숙이기도 힘든 동작이었는데 지금은 허리를 숙여 팔꿈치를 바닥까지 꾸욱 누를 수 있게 되었다. 찬찬히 내 몸에 집중하며 그동안 소홀했던 자신을 살펴본다. 여전히 퉁퉁 불어 굳은 다리는 완벽하게 일자로 벌려지진 않지만 '내 몸이 이렇게 생겼구나.' 낡아가는 자신을 가만히 다독이게 된다. 그리고 '내일은 오늘보다 좀 더 나아질 수 있겠지?'라는 기대감에 점점 집착하듯 챙겨서 한다. 몸에 힘이 붙는 만큼 마음에도 힘이 생긴다. 덕분에 우리의 여름방학은 그리 달콤하진 않아도 나름 잔잔하게 흘러간다. 어느 날 또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물음표를 물다가 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엄마가 되려면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끝까지 살아내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의 나는 운동하는 습관을 만들고 있다. 오늘도 건강한 내일을 보낼 수 있도록 잠드는 몸을 깨워 굳은 마음을 풀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