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아이의 관계- 벌과 교육(3)
부모의 입은 아이의 뇌
7)분명한 벌의 이유.
대부분의 부모가 아이를 혼낼 때 아이에게 혼나는 이유를 분명히 일러주지 않는다. 그저 그것이 ‘잘못’이라고만 말하곤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몇 가지 사례를 통해 벌의 이유를 제시하는 방법을 보여주고자 한다.
1) 연락 없이 통금 시간을 어긴 경우.
“A야 네가 지금 혼나는 이유를 말해줄게. 사람이 살다 보면 지각할 수 있어. 엄마는 네가 지각하는 것도 썩 유쾌한 기분인 건 아니지만, 엄마도 살다 보면 지각할 때가 있거든. 그래서 네가 지각한 거는 엄마도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그럼에도 네가 지금 혼나는 이유는, 네가 지각하게 될 거란 걸 알게 된 바로 그 순간에 엄마한테 연락하지 않아서야.
엄마한테 문자 하나 보내는 데에 고작 20초밖에 안 걸려. 그런데 넌 그 20초조차 엄마를 배려해주지 않은 거야. 엄마가 걱정할 거란 걸 뻔히 알면서도 20초도 엄마를 배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엄마는 지금 너를 혼내고 있는 거야. 엄마는 네가 배려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고, 네가 배려 받았으면 해. 하지만 너는 남을 배려하지 않았으니까 너도 배려 받지 못하게 될 거야. 스스로 배려 받지 못해도 되는 만큼의 사람이 된 게 지금 네가 혼나는 이유야.“
2) PC방에 있거나 휴대폰을 하다가 학원이나 집에 늦은 경우.
“B야, 엄마는 지금 네가 피시방에 간 게 화가 나는 게 아니야. 네가 자유시간에 뭘 하든지 그건 네 자유시간이니까 엄마도 딱히 뭐라고 하고 싶지 않아. 네가 혼나는 이유는, 네가 이대로 게임을 계속하면 분명히 지각이라는 걸 알고 있던 때에도, 그 양심의 가책을 모른 척하고 게임을 계속했기 때문이야.
엄마는 네가 양심이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그런데 너는 분명히 이대로 가면 지각하게 되고 여기저기서 혼날 거란 걸 알면서도 그 불편한 마음을 모른 척했어. 그건 양심이 있는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야. 그러니 엄마는 네가 양심을 모른 척하는 행동에 대해서 혼내고 있는 거야, 단순히 피시방에 갔기 때문이 아니라.“
3) 친구와 몸싸움을 한 경우.
“C야, 네가 그때에는 충분히 화가 났을 거라고 생각해. 친구가 먼저 손을 올렸으니 너도 분한 마음에 같이 몸싸움을 했겠지. 지금 너를 혼내면 너는 엄마가 네가 맞고 다니길 바란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 하지만 엄마는 그 이야길 하는 게 아니야.
엄마는 네가 화가 난 마음을 풀 정당한 절차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화가 나. 너를 때린 그 친구가 분명 백 배나 잘못했지만, 너는 충분히 더 정당한 방식으로 그 아이를 혼내줄 수 있었어. 학교 선생님한테 얘기해서 학폭위를 열거나 하다 못해 엄마한테 말하면 엄마는 기꺼이 널 위해서 대신 소리 질러 줄 수 있어. 체면 같은 건 정말 생각도 안 하고 말이야.
하지만 너는 그 아이가 했던 것처럼 나쁜 짓을 했고 그건 절대 복수를 하는 정당한 방법이 아니야. 만약 그게 정당한 행위가 된다면, 엄마가 잘못했을 때 누구라도 엄마를 때려도 좋다는 뜻이 되잖아. 너도 엄마가 아무 데서나 맞지 않길 바라지?
그러니까 너도 화가 난 마음을 그렇게 풀어서는 안 됐던 거야. 사회에서 화는 정당한 방식으로 풀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화난다고 아무나 사람을 때리고 죽이게 될 테니까 말이야. 너는 지금 그걸 알아야 하기 때문에 혼나고 있는 거야.“
4)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기로 해놓고는 몰래 휴대폰을 사용한 경우.
“D야, 지금 네가 혼나는 건 단순히 약속을 어겨서가 아니야. 네가 지금 혼나는 이유는 네가 엄마를 속여서 엄마가 너를 못 믿게 되면, 네가 정말로 핸드폰이 필요해서 사용할 때도 엄마는 너를 못 믿게 되고 그러면 결국 너는 정말로 필요한 일을 못하게 되기 때문이야.
우리 둘의 신뢰가 깨지면 결국 네가 정말로 필요할 때 필요한 일을 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야. 너는 지금 신뢰를 깨트리는 행동을 했고 이 한 번의 행동이 자칫하면 너를 아주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할 수 있음에도 너는 서슴지 않고 신뢰를 깨버렸기 때문에 혼나는 거야.“
5) 거짓말을 한 경우.
“E야, 네가 지금 혼나는 건 거짓말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엄마가 너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기 때문이야. 엄마가 너에 대한 신뢰를 잃으면, 정말 믿어줘야 하는 네 말을 못 믿게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 엄마는 항상 너를 믿고 응원해줘야 하는 사람인데, 네가 거짓말로 신뢰를 깎으면 엄마가 네 말을 믿지 못하게 되잖아.
또 거짓말이 나쁜 이유는 네가 엄마를 속여서 상황을 피하려고 했다는 것 때문이야. 엄마는 네가 용기 있고 정정당당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 그런데 네가 거짓말로 상황을 피하기만 한다면 넌 용기 있는 사람은커녕 비겁한 사람이 되는 거야. 엄마는 내 자식이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라서 이렇게 너한테 이야기하고 있는 거야. 내가 네 앞에서 당당한 엄마이고 싶으니까, 너도 내 앞에서 당당한 사람이길 바라는 거야.“
6) 아이가 버릇없는 말을 한 경우
“F야, 방금 너는 아주 버릇없는 말을 했어. 다른 사람한테 예의를 지키지 않은 거지. 혹시 그게 예의 없는 행동이란 건 알고 있었니? 만약 알고 있었다면 너는 아주 크게 혼이 나야 해.
네가 혼나야 하는 건 네가 네 행동이 타인에게 상처를 줄 거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야. 타인에게 상처를 줄 의도로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은 다 나쁜 일이야.
그런 식의 말하기나 행동은 사람을 아주 수준 낮게 보이게 만들거든. 너는 엄마가 애지중지 키운 자식이고 나한테는 너무 소중한 사람이야. 엄마는 너를 누구보다 귀하게 대하려고 그간 몹시도 애써 왔는데, 네가 그런 행동을 보이면 사람들은 너를 수준 낮은 사람으로 볼 거고 그간 엄마가 해온 노력은 모두 무의미한 일이 돼버려.
네가 실제로 아주 수준 낮은 사람이라도, 적어도 엄마 앞에선 그렇게 행동해선 안 됐어. 내 자식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고 믿고 산 사람 앞에서는 그렇게 행동해선 안 됐어, 정말. 다시는 엄마 앞에서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겠니? 엄마는 언제나 너를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싶어.“
이상으로 부모 자식 간의 관계에서 벌의 의미와 기준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요약하자면 여러분이 아이에게 벌을 주는 것은, 단순히 아이를 고통스럽게 하기 위함이 아니라 보다 나은 방향으로 아이를 교육하기 위함이다. 이 글이 여러분이 아이에게 주는 벌의 가이드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끝으로 좋은 벌의 예시를 몇 가지 남긴다.
1) 학교에 지각 할 경우 밤에 3km 달리기. 반복될 경우 두 배.
목적: 지각하지 않기 위한 체력 증진, 밤에 체력 소모를 통해 이른 취침을 유도.
2) 새벽 1시 이후 휴대폰을 할 경우 책 읽고 대화 나누기.
목적: 휴대폰을 사용할 시간을 활용해 생산적인 일 만들기. 독서를 통해 자제력 기르기.
3) 거짓말을 할 경우 용돈의 일부를 선행에 쓰기. 사용되는 용돈은 거짓의 크기에 비례.
목적: 거짓말을 하는 것이 솔직할 때보다 언제나 더 큰 비용이 들게 함으로써 아이가 부모 앞에서 솔직하도록 유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