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하루 May 30. 2019

글을 쓰며 알게 된 50가지

ft) 12주간 연재하며 생긴 일


1. 글쓰기는 누구나 할 수 있고    


2. 누구에게나 ‘글감’이 존재하고   


3. 쓰는 게 좋아지면

     입보다 귀를 자주 열게 되고    


4. 글쓰기도

     운동처럼 반복하다 보면 늘게 되고    


5. 있어 보이는 척 쓰는 ‘사색 문장’과

     ‘어려운 단어’는 가독성이 떨어지게 하고    


6. 글은 필을 받아야 나오는 게 아니

     앉아서 써야만 나오 


7. 멋진 문장보다

     솔직한 문장이 공감을 끌어내고    


8. 맞춤법은 글쓰기의 장벽이 아니고

    (요즘 맞춤법 검사해 주는 사이트 많음)    


9. 글쓰기는 문서 작성 능력도 향상하고

    (업무 스킬 1+ 증가)     


10. 공개적인 곳에 글을 올리는 선택은

        결국 글쓰기에 도움이 되고    


11. 단, 조회수에 집착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고    


12. 글을 올렸을 때 누군가는 내 글을

        좋아하고    


13. 글을 올렸을 때 누군가는 내 글을

        끝까지 읽어주지 않고    


14. 글을 올렸을 때 누군가는 내 글을 

        클릭조차 하지 않고    


15. 글을 올렸을 때 누군가는 내 글을

       싫어하기도 하고    


16. 글에 대한 악플이 무플보다 낫고    


17. 하지만

        악플아프고    


18. 인제 그만 써야지 마음먹으면

        누군가 내 글에 라이킷을 누르고    


19. 라이킷 한 번에

       ‘내 글이 꽤 근사하다’는 착각에 빠지고    


20. 독자가 좋아할 글만 궁리하는 것보다

         개성을 살리면서 독자가 좋아할

        글을 써야 한다는 걸 알게 되고


21. 새벽에 쓰거나 술 먹고 쓴 글은 

        꼭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읽어 본 후에 올려야 하고    


22. 글로 남기면

        행복한 기억 극대화되고    


23. 글로 남기면

        슬픈 기억 치유되고     


24. 글로 남기면

        더럽고 치사한 기억이

        별 거 아닌 일이 되기도 하고    


25. 글로 써보면

        늘 내 옆을 있어준 사람

        더욱더 고맙고    


26. 글로 써보면

        내 옆을 떠나간 사람이

        더욱더 그립고    


27. 글로 써보면

        내 옆에 있는 미운 사람이 

        덜 미워지고    


28. 글로 써보면

        나를 아프게 했던 사람을

        덜 원망하게 되고    


29. 글을 쓰다 보면

       세상에 관심이 깊어지고     


30. 글을 쓰다 보면 

        뉴스 사회면에 관심이 가고    


31. 글을 쓰다 보면

        팩트와 정보를 찾으려 애쓰게 되고     


32. 글을 쓰다 보면 

        타인을 부러워하는 마음이 줄어들고    


33. 글을 쓰다 보면

        남이 아닌 나에게 관심이 생기고 


34. 글을 쓰다 보면

        주변 소외된 사람들이 보이고  

       

35. 글을 쓰다 보면

        세상살이 관점이 분명해지고     


36. 글을 쓰다 보면

        나의 단점이 더욱 확실하게 보이고

   

37. 글을 쓰다 보면

        그 단점을 비로소 인정하게 되고

       

38. 글을 쓰다 보면

        타인의 단점보다 장점을 더 많이 알게 되고  

   

39. 써보면

        전공과 글쓰기는 상관없단 걸 알게 되고.

        나처럼.    


40. 써보면

       전공과 상관없이  쓰는 사람이

       널렸단 걸 깨닫고. 당신처럼.

    

41. 내 글 말고

        다른 사람 글에도 애정이 생기고    


42. 내 글 말고

        남이 쓴 책도 더 많이 읽게 되고

        (독서량이 소폭 증가)    


43. 베스트셀러가 아닌

       숨겨진 좋은 책 찾게 되고    


44. 쓰고 읽은 것이 쌓이면

       ‘그럴싸한 말’ 저절로 나오고

   

45. 쓰고 읽는 것이 쌓이면  

       자신의 감정을 의심하는 일이 줄 

   

46. 쓰고 읽는 것이 쌓이면

        타인에게 나의 감정을 맡기는 일이 줄고

    

47. 낙서가 메모가 되고

        메모가 글이 되고

        글이 내가 되는 경험도 쌓이고    


48. 이런 경험이 쌓이면

       누군가 나를 ‘작가님’이라고

       불러주는 날 오고    


49. 이런 날이 쌓이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

       확신하게 되고    


50. 나중에는

        별거 아닌 일에도 50가지 의미를 찾아낸다.

        지금처럼.  





Epilogue_12 Weeks Later


  안녕하세요. 이하루입니다.

  오늘로 <따분한 일상도 써보면 새롭다> 12회 연재를 마칩니다. 최근 회사 일이 바빠서 아슬아슬하게 마감했던 편들도 있던 탓에, 제대로 올리지 못할까 봐 매주 불안했는데요. 벌써 마지막입니다.


  사실 이번 매거진을 연재하면서 고민이 많았어요. 짧은 팁이라도, 내가 감히 글쓰기에 대해 써도 될까? 지인들은 궁금할 수 있지만 과연 독자님들도 궁금할까? 하는 생각들로 참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제가 처음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을 때 느꼈던  위주로 작성했어요. 이제 막 글을 써보려는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요. 그래서 기술적인 것보다 동기부여와 조금이라도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적었는데, 생각보다 좋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위클리 매거진을 연재하면서 넘치는 행운 찾아왔습니다. 연재 3주 차부터 몇몇 출판사에서

연락 오더군요. 네. 맞아요. 출간 계약을 했습니다. 한 군데도 아닌 두 군데와 말이죠. 역시 전 간절하지 않을 때 일이 풀리는 사람인가 봅니다.


  한 출판사 편집자님과 만났을 때는, 글에 대한 얘기보다 사주 보러 다닌 일에 대해 신나게 떠들기도 했어요. 헤어질  마포에 있는 점집 번호까지 알려드리면서요. 그분은 제가 사주카페 회장인 줄 아셨을 거예요;; 그 외에도 어리바리하고 엉뚱한 짓을 많이 해서 흑역사가 좀 생겼네요(미팅 후 계약은 물 건너갔다고 믿었어요). 럼에도 저와 계약해주신 마음 좋은 두 곳의 출판사에 감사할  뿐입니다.


  이 공간이 브런치라 하는 말은 아니고요. 브런치 덕분에 꾸준히 글을 쓰게 되고 좋은 기회도 잡았네요.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답니다. 요즘 참 이상하게도 책 읽는 사람은 줄어드는데, 글을 쓰려는 사람은 늘어난 것 같아요. 미디어와 마찬가지로 글쓰기도 이제 일부가 독점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닌, 누구나 다양한 방식으로 쓰고 공개하고 독자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났기 때문인 것 같아요. 물론 이런 환경에 브런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시기와 플랫폼을 잘 만난 수혜자인 것 같아요. 만약 과거처럼 등단과 투고를 통해서만 작가가 될 수 있다면, 제 글은 평생 외장하드에 꼭꼭 숨어 있었겠죠.)  


  글쓰기는 흩어져 있는 나란 퍼즐을 하나하나 맞춰가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조각이 많아서 맞추는 게 쉽지 않지만 계속하다 보면 조금씩 드러나는 내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럼 그때부터는 어제와 다른 내가 보이기 시작해요. 분명 똑같이 살고 있는데 말이죠.


  그러니 아직도 쓸까 말까 하는 분들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쓰셨으면 좋겠습니. 모두의 인생은 꽤 쓸만하니까요!

      

이전 11화 게으른 자의 글쓰기 패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