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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르메스 Jan 09. 2023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쓰레기예술가의 태도

어느 쓰레기 예술가의 이야기

사회초년생이 되어 돈을 벌면서부터 매일매일 저축하고, 투자하고, 공부하고, 절약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도 '돈 쓰는 재미'가 얼마나 큰지, 얼마나 즐거운지 잘 안다. 하지만 젊을 때 돈을 잘 모아놓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걸 알기에,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해 늘 노력했다. 통장의 잔고는 또래에 비해 아주 빠른 속도로 쌓여가는 중이다. 하지만 종종 인생사 '공수래공수거'라는 걸 체감할 때마다 조금 허무해지곤 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렇게 애를 쓰며 살아갈까?" 싶은 순간들이 계속 찾아온다.


'경제적 갓생'을 살려니 종종 지칠 때가 있다는 이야기를 주변에 하면 값나가는 물건을 하나 사거나, 해외여행을 가서 기분 전환을 하라는 조언을 제일 흔하게 듣는다. 지친 마음에는 '금융치료'가 최고라는 것.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저축률은 올리기는 정말 어렵지만 내리기는 무척 쉽기 때문이다. 한번 '금융치료'를 시작하면 절대 한번으로 끝나지 않을 게 뻔하다. 돈 때문에 상한 마음을 돈으로 치유한다는 발상은 이미 논리적으로 아귀가 맞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참 신기한 게, 돈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돈을 많이 버는 게 아니라 돈보다 더 가치 있는 대상을 찾는 게 정답일 때가 더 많다.


나는 힘들 때마다 '삶을 대하는 태도'를 다시 가다듬고, 다잡는 데 집중한다. 돈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해서 임시방편으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 즐거움'을 명민하게 캐치하려고 노력한다. 저축률 70%, 3년 안에 1억 모으기라는 목표를 스스로 물어뜨릴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현자타임'에 대항할 힘을 기를 수 있을까? 오늘은 '삶의 태도'를 주제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이미지 출처: 평화문화진지


쓰레기를 재료로 예술 활동을 펼치는 구형승 정크 아티스트가 보여준 삶의 태도를 가끔 생각한다. 가까운 후배 중 한 명인 그와 벌써 4년여 째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를 가까이서, 또 멀리서 보면서 태도에 대해 많이 배운다. 돈도 안 되고, '그럴듯한 직업'도 아니고, 전공과도 거리가 먼 정크 아티스트라는 길을 선택해서 자신만의 진로를 개척해가는 그의 눈동자에서 열정과 생기를 읽는다.


돈을 많이 벌거나, 사회적으로 인정 받거나, 명예와 권력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쓰레기 예술'을 통해 마음이 지친 사람들을 치유하는 예술활동을 하고 싶다는 스스로 구축한 가치관이 멋있어보였다. 하지만 내가 그를 주목한 진짜 이유는 그의 가치관이 멋있고, 진로가 특이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보단 그가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삶의 자세눈길이 갔다. 단순히 열정과 끈기로 꿈을 대하는 게 아니라, 즉 '열심히 하면 뭐라도 된다'는 식의 막무가내가 아니라, 예술지원사업을 용의주도하게 신청하고 작업 공간 대여 사업을 경쟁pt를 통해 따내고, 수업 커리큘럼을 만들어서 돈을 벌 방도를 스스로 마련하는 모습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열정'만 가지고서는 아무것도 안 된다는 점,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보며 꿈을 실현시킬 방도를 끊임없이 실험한다는 점이 구형승 후배의 가장 빛나는 지점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는 '돈의 기준'을 뛰어넘어, 스스로 개척해 나아가는 삶의 과정 중간중간에서 가치와 의미를 발굴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돈을 얼마를 벌었는가 하는 기준을 부차적인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단단한 태도가 정말 중요해보였다(그렇다고 돈 버는 방법을 포기하는 것도 아닌!). 작품을 만들고, 예술사업을 따내고, 예술수업을 기획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해 예술치유프로그램을 만드는 자신의 일상을 그 자체로 빛나고 가치 있는 노동으로 승화해내는 건 '누군가의 인정'을 굳이 필요로 하지 않다는 점에서 매우 귀한 참고 사례가 되었다.


https://www.ohmycompany.com/reward/12873

 

구형승 후배는 최근에 멋진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마무리하기도 했다. 쓰레기 예술 그림책 키트 펀딩이라니,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그리고 펀딩금액 5300만원이라니.. 대단하다 ㅎㅎ

(모의펀딩 대회였다고 한다. 1등했다고)




모든 사람들이 구형승 후배처럼 되야 한다는 말을 하려는 건 당연히 아니다. 우리는 누군가처럼 되기 위해 살아가는 게 아니다. 그러니 모두가 특별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모두가 '나다울' 필요는 있다. 사회적 인정, 누군가의 칭찬, 돈의 기준을 아득히 뛰어넘어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가는 삶의 태도, 내가 자꾸 계산적으로 변하고 돈 때문에 지칠 때마다 되새기는 자세이다.

내가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오늘을 특별한 서사로 만들어내는 건 오로지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내 브런치 글에서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나를 표현하고, 내 삶을 평가하고, 무엇이 옳은 길인지 결정하는 것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나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돈 모으는 게 본질이 아님을! 내가 가는 길은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찾는 일임을! 절대 포기하지 않고, 그 어떤 흔들림에도 굴하지 않을 것임을! 오늘 또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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