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내가 왜 브런치 연재를 하는지에 대한 셀프 인터뷰를 업로드한 적이 있다. 그때는 '콘텐츠'에 중점을 두어 이야기를 했었고, 오늘은 '메시지'에 중점을 두어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누구에게나 삶은 버겁다. '현실'을 스스로 바꾸어나가는 것은, 말은 무척이나 쉽지만, 실제로는 매우 어려운 법이다. 그래도 좋은 방법론을 기반으로 한다면 좀 더 나은 삶을 상상하고, 천천히 이뤄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함께 고군분투하며 온몸으로 삶을 밀고나가자고 제안하기 위해 브런치를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20대이기에, 그리하여 30대 40대 50대의 삶을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나의 삶의 경험은 두께가 얇을 수밖에 없다. 나는 내 또래들, 2030 젊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브런치 연재를 이어가곤 했다. 돈공부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바꿀 수 있으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굴하는 데에는 이보다 좋은 도구가 없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제시하는 방법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다면 함께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으면 했다.
돈공부: 좀 더 나은 삶을 상상하고, 현실로 만들어가는 힘
나는 알맹이가 없는 말, 현실을 전혀 바꿔주지 못하면서 위로만 건네는 말, 하나마나한 말(뻔한 말)을 싫어한다. 메타세콰이어 나무의 씨앗이어도 척박한 땅에 심기우면 싹이 나는 둥 하다가 시들지만,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토마토 씨앗이어도 양토에 심기우면 풍성한 결실을 맺는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내가 어떤 사람이냐(씨앗이냐)도 중요하지만, 내가 속한 땅이 어떤 땅인지 이해하고, 양토를 찾아나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유튜브든 여느 SNS 채널이든 멋들어지고, 희망찬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정말 그런 말들이 어떤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마음가짐을 어떻게 가져야 하고, 도전을 과감하게 해야 한다는 둥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이곳은 자본주의 사회, 냉정하고 매몰찬 세계이고, 모든 이해관계의 중심에는 '돈'이 있는 곳이다. 자본주의를 떠나서는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언제나 참 슬프고 안타깝다)
최근에 알게 된 책이다. 4인 가족이 한국 대도시에서의 삶을 접고, 미국의 농촌으로 이사 가서 생활비 100만원으로 살아가는 스토리를 담은 책이다. 직접 농사를 짓고, 필요한 만큼의 최소한만 소비하며, 인터넷이 없는 곳에서 유유자적 살아가는 삶을 담았다. 현대인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서 자연과 벗하며 살아가는 삶이 참 아름다워보였다. 게다가 자본주의와 완전히 동떨어져 '자연인'으로 살아가자는 황당무계한 헛소리가 아니라, 자본주의와 거리를 적절히 두면서 욕망을 통제하고, 소비주의에 빠지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저자에게 마음이 갔다. 최소한의 돈을 벌기 위해 노동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야기인지라 고개가 끄덕여졌다. (심지어 책제목도 '숲속의 자본주의자'가 아닌가)
그런데, 예상을 하긴 했지만, 참으로 아쉬운 사실은 따로 있었다. 알고 보니 저자 부부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명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대기업 출신들이었고, 소유하고 있는 미국 대도시의 타운하우스에서 다달이 월세가 입금된다는 사실이었다. 뒷통수가 갑자기 얼얼해지는 느낌이었달까. 이 정도의 엘리트에게만 가능한 삶이라면 보통 사람들은 어쩌란 말인가.
매우 아름답고, 힐링되는 이야기이지만, 엘리트 코스와 큰 자본을 필요로 한다면 저 책을 읽는 99%의 독자들은 자신의 삶으로 저것을 실천하기는 매우매우 어려워진다. 모두 그렇지는 않지만, 자본주의와 속세를 떠나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자고 이야기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평범한 99%에게는 불가능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래서, 나는 대책없이 아름답기만 한 이야기들이 싫다. 판타지를 얘기할 거면 판타지소설임을 정확히 공지하고 얘기하던가, 마치 현실적인 이야기인 것처럼 포장하지는 말아야 한다.
특별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해볼 수 있는 '실현 가능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사람에 따라서 성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지언정 누구나 노력만 한다면, 마음만 기울인다면, 시간만 투자한다면 도전해볼 만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돈과의 싸움은 피할 길이 없다. 얼마든지 돈을 초월한 아름다운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그것을 현실로 실현하는 것은 가능성 제로(0%)의 영역에 가깝다.
내 mbti는 ENTP다. 이 짤... 상당히 나를 잘 설명해주는 것 같다.
얼마나 삶이 힘겨운지, 매일매일이 어려움의 연속인지 서로 이야기 나누며, 이를 타개하기 위한 돈공부는 무엇이 있을지 고민해보는 시간이 중요하다. 밑도끝도 없이 좋은 이야기, 희망찬 스토리에만 몰두해서는 그 무엇도 바꿀 수 없다. 진짜 가능성은 물적 토대로부터만 나온다. 이 세상에서 자본주의 체계가 무너지기 전까진 말이다. 내 브런치 포스팅을 통해 2030들이 아주 조금이라도 희망을 가지고, 통찰을 얻었으면 좋겠다. 나는 손쉬운 위로와 가벼운 공감보다는, 우리의 현실을 진짜 바꾸어주는 것이 무엇인지 삶을 통해 공부해가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훨씬 더 좋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평가가 중요한 것이 절대로 아니다. 내 삶을 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는 나 자신이며, 내가 만족하는 삶이야말로 최고로 행복한 삶이다.
희망은 논리적인 판단이 아니라 '결단'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반지하탈출기를 연재하다가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두서없이 적어보았다. 내 주변 소중한 사람들, 힘겨운 삶을 버티듯 살아가는 모든 청춘들을 생각하며, 모든 브런치 포스팅은 쓰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