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연습장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연서 May 10. 2024

나에게 가장 귀한 선물은 무엇일까?

우리 아이들

선물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만났지만 오늘처럼 계속 아이들과 종종거리다 보면 가끔은 혼자 있고 싶다. 아이 없이 산다는 부부들이 주위에 보이면서 나도 아이만 없다면 저런 여유를 가질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아이들 없었다면 결혼이 지금처럼 유지되지 못했을 것 같다. 남편은 둘이서도 알콩달콩 잘 살았을 거라고 말하는데 글쎄..      


아침에는 도서관 수업을 다녀오고 오후에는 청주 가서 큰 애 데리고 와서 치과 가고 둘째는 바지 줄이고 슬리퍼 사러 가는 일정이었다. 오후 3시부터 나는 엄마 오연서로 두 아이와 할 일을 하나씩 해치운다. 먼저 둘째를 집에서 만나 차에 태우고 청주로 갔다. 큰애를 만나 아울렛에 잠시 갔는데 원하는 신발이 없어서 우선 집으로 차를 돌려 예약한 병원진료와 바지 수선하러 움직인다. 또 중간에 둘째가 다리가 아파서 복싱을 못하겠다고 얘기해서 복싱장에 가서 짐을 챙겼다. 코치님에게 아킬레스건이 약하다고 이야기했더니 복싱은 뛰면서 하는 방법, 걸으면서 하는 방법 크게 두 가지인데 보통 뛰면서 많이 한단다. 미리 말했으면 걸으면서 하는 방법으로 했을 거라고 아쉬워한다. 다시 지켜보고 연락을 드리기로 했다. 아이에게 말했더니 할 때는 재미가 있어서 열심히 했단다. 조금 하기 싫어하는 걸 아니까 특별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둘 다 다시 차에 태우고 집 근처 신발 매장에 갔다. 다행히 사이즈는 있지만 생각보다 비샀다. 기분 좋은 마음으로 사주면서도 ‘이러니 사람들이 다 온라인 쇼핑을 하지’ 하는 생각이 밀려오는 건 어쩔 수 없다. 다시 차를 타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예전에는 셋이서 2개면 남았는데 이젠 4개를 시켜서 거의 먹는다, 중고딩 남매, 자라는 만큼 먹성도 좋다.     


도서관에서 들어온 강의비로 아이들에게 맛있는 저녁을 사줬다. 더 비싸고 좋은 걸 사주고 싶지만 그래도 조금 물의 했다. 피자, 파스타, 리쪼또를 맛있게 먹는 모습 보니 이러려고 돈벌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다시 큰애를 학교에 내려주고 둘째와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에 왔다. 무거운 짐은 두말없이 혼자서 다 챙겨드는 녀석이 또 낯설었다. 인중에 솜털이 조금은 진해진 것 같다. 곧 면도를 하느라 바쁜 아침이 예상된다.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 우리 부부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두 아이, 처음에는 너무 큰 선물이라 낯설고 어색했다. 그런데 아이가 자라면서 엄마인 나도 같이 자랐다. 큰아이 17살, 엄마 나이 17살. 내가 품고 나아서 인지 아빠인 남편보다 내가 더 애틋한 것 같기도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육아 17년 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