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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수민 Dec 01. 2022

에세이북을 들으며

요즘 유튜브를 통해 오디오북을 듣고 있다. 주로 내가 듣게 되는 장르는 힐링이나 위로, 에세이 같은 종류다. 에세이에는 살아가는 일상 또는 삶을 대하는 태도나 생각들을 경험을 통해 어떻게 만들어져갔는지의 이야기로 흘러간다. 살아가는 방법에는 답이 없듯이 책마다 생각이나 태도는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상충되는 것도 있고 그랬다. 듣고있다보면 내용이 좋아서 한번 사서 읽어볼까 하다가도 생각이나 가치관이 상충되는 다른 책을 들으면 책 구매가 고민되기도 한다. 60억의 사람이 있으면 60억의 삶이 있지 하면서 직접 사람을 만나 대면하지 않고서도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가치관들을 책을 통해 엿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그럼 어떤 삶과 태도로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에세이에는 각자의 사람들의 생각과 삶에 대한 통찰이 녹아 있어서 듣다보면 도움이 되는 부분도 배워야하는 부분도, 다시금 나를 돌아보게되는 부분들도 많다.


예전엔 힐링이나 에세이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냥 가볍게 느껴졌고 자기 생각을 적어놓은 일기장 같았다. 내가 주로 읽던 책은 자기계발책이나 심리관련 책들을 많이 읽었는데, 자기계발 책들을 읽다보니 대부분 비슷한 내용이었고, 그걸 실천한다고해서 엄청나게 내 자신이 변한다거나 발전한다거나 일상이 확변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것들은 일정부분 실천하고 있어서 책을 읽으면서 나 잘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책도 완벽하지 않은 사람의 생각과 통찰을 담은 것 뿐인데, 나는 보고싶은 것만보고 또 책들을 읽으면서 너무나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기에 나의 느낌을 정의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점점 잃어버린 것 같다. 심리관련책은 개인적인 재미가 있었고 끌렸기에 전공생들이 읽을법한 것들을 많이 읽었는데 사람들의 행동과 심리와 성격 등에 대해 알 수 있었고,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나의 성격, 성향들에 대해서 알 수 있었지만 머리로 아는것과 마음으로 아는 것, 머리로 받아들이는 것과는 다르게 마음으로 받아들이는건 알지 못했다.


그러다가 어쩌다 듣게된 사람들의 삶과 일상이 담긴 힐링과 에세이관련 책들이 불편하면서도 눈에 들어오는게 지금 내가 위로와 인정,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그립고 또 많이 필요하구나 싶었다. 뭔가 계속 해야할 것만 같고, 뭔갈 이루어야할 것만 같고, 나를 계발하지 않으면, 하루를 알차게 보내지 않으면 낙오되는 느낌이라는 불안과 강박이 나의 저 내면 깊은 곳에서 나를 오랜시간 괴롭혔었다. 쉬는 법을, 만족하는 법을 잊어버린 걸까, 잃어버린걸까.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나의 느낌과 감정을 재정비 했다. 너무 진지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볍게 여기지도 않을 태도, 나의 한계, 삶의 한계를 받아들이는 것, 나도 완벽할 수 없고 부족한것도 많고 장단점이 있는 복잡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타인 또한 그러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완벽함을 기대하지 않고, 서로의 다름을 틀리다 여기지 않고 부족함을 서로 보완하고 다독이며 살아가는 것, 상대를 내 기준으로 바꾸려고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 자신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고 맞추는 태도, 그리고 내 자신이 직접 보고 느끼고 남의 생각과 가치관이 아닌 오롯히 내 자신의 생각과 감정으로 소신있게 선택하며 즐길 수 있는 여유가 내게는 일상을 일상답게 삶을 삶답게 살아가도록 내가 연습해야 할 것들이었다. 그러다보면 비로소 불안과 강박으로가 아닌 온전히 내가 하고싶은 것들과 해야할 것들을 알게 되고 가야할 길이 보일거라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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