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아침형 인간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오늘은 회장님께서 새벽 다섯시 반에 일어나셨다. 점점 회장님 덕분에 강제로 아침형 인간이 되어가는 것에 소스라치는 기쁨을 느끼며 회장님을 모시고 한강에 갔다.
그곳에서 어떤 할머니를 만났는데, 회장님을 보고는 대뜸 회장님께 맛있는 걸 사주라며 만원을 주셨다. 그리고 갑자기 인생썰을 풀기 시작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남편 이야기였다. 어머니가 술마시는 남자는 안된다며, 술 안마시는 남자를 골라 결혼시켰는데, 그는 확실히 술 문제는 없었지만 다른 모든 문제가 있는 남자였으며, 결국 두 사람은 이혼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오이디푸스를 생각했다.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신탁을 받고 운명을 피하기 위해 길을 나섰지만 바로 그 운명을 피하기 위해 했던 선택들 때문에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했다. 운명이란 거대한 파도 앞에서 인간의 선택은 얼마나 미약한가.
한강에서 만난 할머니와 오이디푸스는 두가지를 말해준다. 하나는 인간의 선택이 갖는 불완전성. 우리는 매번 최선의 한수를 놓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게 곧 최선의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또 하나는 어차피 우리의 선택이 불완전하다면,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는 선택은 하지 말자. 결과는 어차피 아무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