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쫄깃한 게 좋아
뇨끼.
감자와 밀가루를 주재료로 만든 파스타의 일종.
한국의 수제비와 비슷하다고들 하는데 원래 뇨끼는 부드러운 음식이다. 감자를 사용하지만 쫄깃한 식감이 나지 않도록 밀가루를 조금만 섞고, 최대한 조금 치대서 부드럽고 폭신하게 만드는 게 원래의 방식이라고 한다. 다만, 내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쫄깃한 쪽을 선호한다.
나도 쫄깃한 뇨끼가 좋다.
레스토랑에서 보이기만 하면 시킬 정도로 좋아하는 음식이지만, 정석대로 부드럽고 폭신한 식감이 나면 실망스러워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요즘의 나는 변형된 뇨끼 반죽처럼 여기저기 치대어지는 중이다. 인생은 생각보다 더 마음대로 되지 않았고, 성공을 향해 앞만 보며 당당하게 나가던 때와는 달리 멈춰 서자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모든 것들에 열심히 반죽되어가는(?) 중이다.
그래도 쫄깃한 뇨끼가 내 입에 더 맞는 것처럼 어려움과 실패를 겪지 않았던 그때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더 마음에 드는 날이 오지 않을까. 지금의 이 무기력함과 죄책감도 함께 반죽되어 더 쫄깃한 하루가 되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뇨끼를 만들어 먹었다.
맛있었다.
시판 뇨끼였고 집에 대충 있는 재료들 팬에 전부 때려 넣고 끓였는데 레스토랑에서 파는 것보다 나았다. 감격해서 다음날 엄마에게도 바로 해줬고 합격점을 받았다. 엄마가 ‘괜찮다‘말고 ’맛있다‘라고 해준 건 오랜만이었다.
꽤 괜찮은 하루가 되었다.
(새우, 버섯, 양파, 생크림, 우유, 치즈만 있으면 된다. 맛을 더하려면 청양고추랑 다진 마늘 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