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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소라 비빔국수

차갑지만 따뜻한 아침

by TAN


눈을 뜨는 시간이 각각인 요즘,

일찍 일어나 마주친 부모님의 ‘오늘은 뭐 하니?’ 질문이 하루의 시작이 되는 날은 마음이 무거워 근래엔 일부러 늦잠을 청했다.


오늘은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9시였다.

이상하게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날은 유독 허기가 진다. 자연스레 부엌으로 향했는데 엄마가 인덕션 앞에 서계셨다. 슬쩍 냉장고를 열고 먹을 거를 탐색하다 마땅치 않아 돌아서는데 엄마가 ‘비빔국수 먹을래?’ 물어 바로 그러겠다고 했다.


엄마는 ‘그럼 사과 1/4조각만 얇게 썰고 있어’라고 말씀하시곤 국수를 삶으셨다.

양념장은 이미 만들어져 있었다. 아빠 덕분이다.

오분도 안되어 비빔국수에 삶은 계란 한알이 담긴 접시를 받았고, 얇게 썬 사과를 조금 얹고 먹기 시작했다.


직접 만든 새콤한 비빔장에 야채 듬뿍 얹은 비빔국수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슬슬 더워져 입맛 없는 초여름 아침에 딱이었다.

다만 오늘은 면보다 야채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세입만에 면을 다 먹어버리고 비빔 샐러드가 된 것을 천천히 씹는데 버섯인 줄 알았던 게 유독 쫄깃해서 물었다.

‘이거 뭐야? 버섯 아니야?’

‘그거 뿔소라야. 맛있지?’

…! 다행히 뿔소라 비빔 샐러드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왜 알고 먹을 때는 더 맛있게 느껴지는지 참 신기하다.


그렇게 다 먹고 오늘은 무얼 해아하나 생각하는데

그래도 어제보다는 뭐라도 좀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냥 오늘 아침의 비빔국수는 그랬다.

일찍 일어나길 잘했다.


(사진으로 다시 봐도 정말 버섯처럼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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