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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ngerine Sep 27. 2023

미안하지만 엄마 신세한탄은 이제 그만 들을래요

엄마가 힘들었던 건 알겠는데, 왜 내가 그 이야기를 계속 들어야 하죠?

나는 어린 시절부터 엄마의 시댁과의 갈등, 남편과의 갈등,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것에 대한 힘듦 등등에 대한 푸념을 꾸준히 들어왔다.


"엄마는 고부갈등 때문에 너희 아빠랑 이혼을 하고 싶었어. 근데 너희 때문에 참고 살았어."

"엄마는 시댁에서  번도 제대로 대접을  받았어."

"엄마가 임신했을  아빠가 신경을   써줘서 너무 힘들었어."

"엄마는 너희 키울  육아하고, 일하고, 살림하느라 너무 힘들었어. 아빠는 엄마를 너무  도와줬어."

"네가 어렸을 , 너희 할머니 할아버지하고 같이 살았었는데, 너희 아빠 고생  해보라고  시댁에 두고 언니만 데리고 친정에 갔어."

"3개월 뒤에 다시 갔는데, 아빠가 얼마나 대충 케어했는지 콧물 범벅이 된 꼬질꼬질한 얼굴로 엄마를 보고 환하게 웃으면서 너무 반갑게 뛰어오더라. 그 모습에 눈물이 나고 너무 안쓰러워서 그때 너희 아빠랑 너 때문에 이혼을 못했어. 너만 아니었으면 아마 그때 이혼했을 거야."


나는 나와 언니 때문에 엄마가 아빠랑 이혼을 하고 싶어도 못했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어왔다.


아빠 고생 좀 해보라고 날 두고 언니만 데리고 친정에 갔다는 엄마의 말을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반복해서 들으면서, 엄마가 어린 나를 키우는걸 얼마나 버거워했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엄마가 안쓰러운 마음도 들고, 엄마가 힘들었겠다고 생각하며, 엄마가 힘들었던 이야기를 하면 엄마를 안아줬었다. 엄마를 기쁘게  주려고 나는 학교에서 열심히 상을 타기 위해 노력했다.  엄마가 아빠와 다투고   울거나 힘들어 보이면 당시 유행하던 캐릭터 표정을 지으며 엄마 기분을 풀어 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면 엄마는 역시  웃게 하는  둘째 밖에 없다고 했다. 엄마는  때문에 내가 산다고 했다. 나는  열심히 연습해서  예중에 입학해 엄마 아빠를 기쁘게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성공하는 사람이 돼서  집을 엄마 아빠한테 사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런 기특한 생각을 엄마 아빠에게 말하면, 엄마는 너무 행복해했다. 역시 둘째 딸 밖에 없다고 했다. 너는 분명히 큰 사람이 될 거라고 했다.




나쁜 엄마는 자신이 피해자이고 늘 희생하는 불쌍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감정이 불편할 때는 자신의 감정을 아이에게 전가한다. 감정 쓰레기 통이 된 아이는 엄마의 자랑스러운 딸, 아들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엄마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까 봐 극심한 우울과 불안을 겪는다. 나쁜 엄마가 나르시시스트적 성향을 가지고 있으면 아이는 더 큰 고통을 받는다.



엄마는 아빠랑 싸우고 나면 가끔  방에 들어와 나를 재워 주며 이런 말을 했다.

"엄마는 가끔 창밖으로 뛰어내고 싶다는 생각을 . 근데 너희를 생각하면서 참는 거야."

"엄마가 죽고 싶지만 너희들 때문에 산다. 아빠가 엄마를 너무 힘들게 해. 너도 알지? 엄마가 너희를 너무 사랑하는 거, 그래도 아빠를 무시하면 안 된다. 아빠에 대해서 욕할 수 있는 건 엄마뿐이야. "


나는 어린 시절 엄마에게 죽고 싶다는 말을 들으면 너무 무서웠다. 공포스러웠다.  


엄마는 이후로도 나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 죽음에 대해 자주 말했다. 죽겠다고 난동을 피우거나, 본인이 불리하거나 힘들면 창밖으로 뛰어내려 버리고 싶다고 했다. 이런 엄마의 영향을 받아 나도 20살이 되기 전까지, 엄마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할 때면 20살이 되기 전에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다이어리에 버킷 리스트나, 꿈을 적을  마지막에 20살이 되기  죽고 싶다고  정도였다.


 


나르시시스트 부모는 연기를 하듯 행동이 과장되고, 본인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자살해 버릴 거라는 말로 협박하거나, 원하는 대로 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체면 따위는 없다. 왜냐면 가족이니까.


가족은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않고, 밖에 나가서 자기 얼굴에 침 뱉기가 되는 가족 험담은 하지 않는다. 그 가족이 자녀라면 더 편리해진다. 자녀가 어리면 어릴수록 더 좋다.


어리고 만만하기 때문에 '가스라이팅' 겁줘서 ' 맘대로 통제하기' 제일  먹히기 때문이다. 나르시시스트 부모에게, 엄마나 아빠가 내가 가장 의지할 사람이라고 믿는 어린 자녀만큼 자신의 분노와 불안을 토해내기 좋은 대상은 없다. 나르시시스트 부모는 이렇게 상상 이상으로 자녀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 나르 엄마와 거리를 두고 살면서부터 나는 '죽고 싶다'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르 부모와는 거리를 두는 것이 가장 좋다. 


나는 사춘기가 되면서부터 엄마에게  보이고 엄마를 기쁘게  줘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엄마 아빠에 대한 분노가 커졌다.  분노는 엄마가 중학교 이후 나에게 집착하고 상처가 되는 말들을 퍼부으면서 점점 심해졌다. 엄마 아빠는 내가 고등학교1학년  이혼을 했다. 부모님의 이혼  엄마와 살게 되면서  엄마가 다른 엄마들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  


엄마는 늘 남 탓을 했고, 본인은 희생하고 힘들게 살았는데 아무도 자신의 노력과 희생을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다고 신세한탄 했다. 커리어 적으로도 성공했던 내 나르 엄마는 집 밖에서는 능력 있고 가족도 잘 챙기는 겸손한 사람이었지만, 집 안에서는 자신을 제외한 모두를 비난하고 깎아내리면서 본인이 세상에서 제일 잘났고 모두를 위해 희생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엄마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나는 엄마가 불편하고 떠올리기만 해도 불쾌했다. 이런 감정은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해서 나이가 들수록  커졌다. 엄마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거나, 말로 표현하기만 해도  주변 사람들은 모두 "엄마가 그래도 너를 사랑할 거야"라고 했다. 나는 강하게 믿고 있었다.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엄마는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내게 폭언을 하고 걱정하기 때문에 악담을 한다고 했지만, 그런  엄마의 사랑이라면 나는 엄마의 사랑을 받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나는 이전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엄마를 바라보게 되었고, 엄마에게  의견을 자주 말했다.


"엄마는  이렇게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는  좋아해?". "엄마는  나하고 언니한테 상처되는 말들을 많이 ?", "엄마는  내가 엄마 말에 반박하면 감히 그런 말을 하냐고 화를 ?" 엄마를 무시한 적이 없는데  엄마는  나보고 '너는 윗사람을 무시하는 싹수없는 '라고 하냐고 따졌다.


고등학교 때부터 나는 자주 엄마한테 '심리 상담' 받아보라고 했다. 나를 때리고 물건을 던진 이후에는 엄마에게 '심리 치료' 권했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네가 뭘 안다고 어린 게 어딜 감히 엄마한테 심리 상담을 언급해?"

"내가 심리 상담가들보다 공부도 많이 하고 심리 상담 책도 더 많이 읽었어 걔네가 뭘 안다고 나를 상담해?"

  

이런 반응이 전형적인 나르시시스트의 특성이란 걸 그때 나는 알지 못했다.    


나르시시스트 부모 밑에서 성장한다는 건 보통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한 일이다. 나르시시스트는 자기 자신이 완벽하다고 믿는다. 스스로가 완벽하며 아무 문제가 없다고 믿기 때문에, 본인이 자녀를 학대한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 썸머, 『나에겐 상처받을 이유가 없다.』, 책과 이 음, (2020),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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