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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지 Sep 17. 2024

양궁과 자세 #05 셋업

셋업(set up): 내 몸에 맞는 리듬을 만들기


오랜만에 수업! 비 오는 날의 양궁장은 처음이었는데, 비 오니까 나른한 게 몸에 힘이 더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마침 산이도 선발전하는 일정이라 더 과몰입해서 수업을 들었다!


선생님이랑 아주 잠깐 선발전에 대한 얘기를 나눴는데, 모든 선수와 관계자들이 간절하게 준비했다는 게 마음 깊이 느껴졌다. 그리고 단 하루의 컨디션이나 한 순간의 운으로 아쉬운 결과를 가지게 되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당연한 승리, 당연한 메달은 없다! 꾸준한 노력과 연습으로 이뤄내는 값진 결과라는 걸 잊지 말자!




오늘의 필기

요즘은 전체적인 자세를 하나하나 다듬어가는데 시간을 쓰고 있다. 모든 과정에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생기니 머릿속이 복잡해질 때도 있다. 한 번에 하나씩만 생각하면 된다는데 그게 참 어렵다.


지금 자세에 집중하기. 잘 돌봤으면 보내주고 새로운 과정을 잘 받아들이기. 지나간 동작에 매몰되어 있으면 다음 동작에서 신경 써야 할 것들을 놓쳐버리니까, 그러지 않고 몸이 기억하도록!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

➊ 단전에 힘주기, 엉덩이 뒤로 빼지 않기

➋ 얼굴 각도 기억! 고개 집어넣기

➌ 앵커 부드럽게! 한 번에 붙이기

➍ 턱 뼈에 손이 붙는 감각과 위치에 익숙해지자!

➎ 손가락 현에 제대로 감기

➏ 그립 잊지 말고 신경 쓰기

➐ 스탠스 자세할 때 약간 어쩌라고 느낌으로 서기(왜냐면 내가 너무 공손하게 앞쪽으로 나간다고 함..ㅋㅋ)

➑ 자세 잘 잡으면 활이랑 현이 일직선으로 위치함!

➒ 앵커가 턱, 입술, 코에 제대로 닿지 않고 앞쪽에서 쏘니까 힘이 덜 받으면서 과녁 오른쪽으로 화살이 간다!

➓ 미는 힘 : 당기는 힘 = 50 : 50




왼쪽 7점에 맞은 쪼르륵 화살이 자세가 좋을 때 쏜 것이다! 자세를 연습할 때의 10점은 의미가 없다! 올바른 자세만이 정답이다!

오늘 인상 깊었던 건, 양궁은 결과보다 과정이라는 걸 또 느꼈다는 거. 가운데로 잘 들어가길래 괜찮은 자세로 잘 쏘고 있는 건가 싶었는데,


선생님이 갸우뚱하시더니 자세 잡아주시니까 7점으로 화살이 몰렸다. 근데 그게 맞는 거라고. 올바른 자세로 쏘는 게 중요하고, 그래서 7점에 몰린다면 조준점을 바꾸면 된다고 하셨다.


활을 쏘다보면 나도 모르게 화살이 다른 쪽으로 가면 아이 10점 아니네! 하게 되는데, 선생님은 점수보다는 올바른 자세나 감각을 느끼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점수가 이상해도 방금 쏜 자세가 좋았다면, 그게 맞는 거라고 하셨다.


요즘 일하면서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는데, 내가 하는 양궁에서는 결과보다 과정을 보는 게 가능하고 당연한 거라는 걸 느낄 때마다 위로를 많이 받는다.




➹ 셋업(set up) : 내 몸에 맞는 리듬을 만들기

셋업은 그립과 후킹을 한 상태에서 드로잉 하기 전의 동작을 말한다. 활을 손에 쥐고 팔을 들어 올리는 자세는 준비과정과 진행과정, 중간 어딘가의 동작이라 무심하게 지나치기 쉽다.


셋업에서는 이미 지나온 자세들을 잘 유지하고, 드로잉을 위해 표적 가운데에 둔 시선을 유지하는 힘이 중요하다. 양궁의 각 단계는 지나간 동작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걸 포함한다. 다음 동작에 신경을 쓰다보면 이전 자세의 디테일을 놓치거나 흔들리기 쉽기 때문에 어찌보면 유지하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인 것 같기도 하다.


선생님께서는 이 동작에 리듬감이 필요하다는 말을 많이 하신다. 활을 들어 올릴 때 몸이 활과 하나가 되는 일체감을 느끼면서, 매번 하던대로! 일체감을 느끼지 못하면 활을 손으로 든다!는 느낌이 먼저 들고, 활을 손으로 들어올리게 되면 몸에 힘이 들어가서 뒤의 자세에도 영향을 미친다. 리듬감을 위해서는 앞에서의 자세를 유지한다!는 생각보다, 몸에 익숙해지도록 계속 계속 연습해서 내 것으로 만드는게 더 좋다.


굳은살이 생기고 다시 말랑해지기를 반복하며 내 것이 되도록 하기. 그렇게 몸에게 익숙한 리듬을 만들기. 올바른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흐름을 느끼며, 꾸준한 연습으로 만든 내 리듬을 의심하지 않고 들어올리기. 사실 아직 활시위를 당기기도 전인데, 올바른 방향과 나에게 맞는 리듬으로 과녁을 향하는 이 과정이 이후의 나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을 믿으며 모든 과정에 충실하기를 요구하는 이 운동이 좋다. 이런 동작 하나 하나에 이름을 붙이고 중요하다고 말해주는게 위로가 된다.


일과 삶에서 도망치고 싶은 날, 양궁이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는 이유는 계속해서 이런 일들의 가치를 쫓는게 맞다고, 의심하지 말라고 나에게 말해주는 것 같다고 느껴져인 것 같다. 마음이 힘든 날에 도망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안전하고 건강한 운동을 만나서 너무 너무 다행이다.




양궁의 자세

양궁은 발사선에 서서 활을 쏘기까지 아래와 같은 과정을 거친다.

➊ 스탠스(stance): 발사선에 서기
➋ 노킹(nocking): 화살을 활줄(현)에 끼우기
➌ 그립(grip): 활의 핸들을 손으로 밀기
➍ 후킹(hooking) : 활의 현에 손가락 걸기
➎ 셋업(set up) : 활이 표적 방향으로 향하도록 팔을 들어 올리기
➏ 드로잉(drawing) : 미는 팔과 당기는 팔의 균형 유지하면서 현 당기기
➐ 앵커(anchor) : 턱 아래에 손 고정시키기
➑ 풀드로우(full draw) : 표적에 조준한 채로 릴리즈 동작까지 집중하기
➒ 릴리즈(release) : 화살을 손가락에서 풀어주기
➓ 팔로스로우(follow through) : 릴리즈 한 (오른) 팔의 힘 이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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