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drawing): 밀고 당기는 힘의 밸런스
이제는 폼이 제법 잘 나와서 양궁장 도착하면 고무줄 당기기 없이 바로 쏘러 나간다! 오늘은 날씨가 엄청 좋았고, 양궁장에 활을 쏘는 사람도 나뿐이라 집중해서 연습할 수 있었다. (오전에 학생들 대회가 있었다고 한다!) 시원하게 부는 사람과 적당한 햇살, 풀벌레 우는 소리와 새 지저귀는 소리. 그 사이로 내가 쏜 화살이 과녁에 꽂히는 소리에 집중하면서 활을 쏘는 상쾌함은 경험해 본 사람만 아는 축복인 것 같다.
요즘은 각 단계마다 어떤 감각을 느끼면서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세세하게 배우고 있다. 오늘은 처음으로 활이 가볍게 느껴졌고, 쏘면서 느낌도 좋았다! 시야가 조금 넓어진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
원래 두 눈 뜨고 조준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윙크하고 우시로만 보면서 쐈었는데 갑자기 양쪽눈으로 보이길래 신나서 쏘다가 좌시로 겨냥하고 쏴버리는 실수도 저질렀다. 너무 신기한 건 선생님이 저 뒤에서 오면서 "지금 왼쪽눈으로 보면서 쏘는 것 같은데?" 하셨다는 거... 모든 걸 꿰뚫는 선생님... 가끔 조금 무섭다.
그리고 내가 활이 가볍게 느껴진다고 허세(ㅋㅋ) 부리니까 선생님이 선수용 활을 한 번 잡아볼 수 있게 해 주셨다. 50파운드가 넘는.... 내 활의 3배쯤 되는 파운드였다. 들자마자 묵직하고 현 당기는 텐션 자체가 다르다. 쏴보니까 화살이 과녁에 꽂히는 느낌도 훨씬 날렵했다. (산이는 정말 대단해...)
양궁을 배우겠다고 우당탕탕 도전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예상보다 훨씬 재밌어서 다음엔 3개월 등록할 예정! 이러다가 정말 내 활 사게 되는 건 아닐지???
➹ 오늘의 필기
➊ 백텐션: 오른쪽 꿈치, 앵커 자세 취한 후 꿈치를 뒤로 올리고 당겨줄 때 오른팔 접히는 부분 안에 손가락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조여준다는 느낌으로 끝까지 힘을 유지해야 한다.
➋ 활의 현을 당길 때는 손가락의 힘이 아닌 꿈치 힘으로 당겨야 한다. 나중에 브러시 레스트를 떼면 이 자세의 중요성을 더 크게 느끼게 될 거라고!
➌ 왼쪽, 좌시로 과녁보지 않기!
➹ 드로잉(drawing) : 밀고 당기는 힘의 밸런스
드로잉은 밀고 당기는 양팔의 힘을 밸런스 있게 유지하면서 활줄을 당기는 동작이다. 이때 사용되는 힘과 방향이 이후 화살의 비행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섬세한 힘의 사용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이야기되는 건 역시나 일정성이다. 나에게 맞는 속도와 힘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
드로잉부터는 화살을 올바른 방향으로 보내기 위해 시선을 표적 중앙에 둬야 한다. 그렇다고 과녁의 중앙을 너무 의식하게 되면 이후 진행되는 동작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과녁에 신경을 집중하게 되면 몸에 힘이 들어가게 되면서 동작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과녁을 크게 보고 정중앙에 시선을 두는 정도로 유지해야 지금 내가 행하는 동작에 집중하면서도 올바른 방향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시야를 넓게 보기, 균형감을 가지기, 일정한 속도와 힘을 유지하기. 이 모든 것들은 내가 닮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다. 간절한 목표가 생기면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서 몸이 뻣뻣해지기도 하고, 무언가에 너무 몰두하게 되면 그게 사람이든 일이든 마음의 균형을 잃어버리고 나를 내어주게 된다. 마음이 조급해지고, 그래서 준비되지 않았는데도 서두르게 된다. 그럼 올바른 방향을 잃거나 하지 않아도 될 실수를 하게 되는 것 같다.
마음을 다스리는 일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라 나를 너무 다그치지 않는 선에서 부지런하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내가 지금 너무 시야를 좁혀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느라 지금 필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나에게 맞는 속도와 방향으로 잘 가고 있는가?
그리고 언제든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실수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이유로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양궁이 나에게 알려준 것처럼 지나간 화살은 잊고 다음 스텝을 준비하면 된다. 그럼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 양궁의 자세
양궁은 발사선에 서서 활을 쏘기까지 아래와 같은 과정을 거친다.
➊ 스탠스(stance): 발사선에 서기
➋ 노킹(nocking): 화살을 활줄(현)에 끼우기
➌ 그립(grip): 활의 핸들을 손으로 밀기
➍ 후킹(hooking) : 활의 현에 손가락 걸기
➎ 셋업(set up) : 활이 표적 방향으로 향하도록 팔을 들어 올리기
➏ 드로잉(drawing) : 미는 팔과 당기는 팔의 균형 유지하면서 현 당기기
➐ 앵커(anchor) : 턱 아래에 손 고정시키기
➑ 풀드로우(full draw) : 표적에 조준한 채로 릴리즈 동작까지 집중하기
➒ 릴리즈(release) : 화살을 손가락에서 풀어주기
➓ 팔로스로우(follow through) : 릴리즈 한 (오른) 팔의 힘 이어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