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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은율 Jan 31. 2024

오늘도 낭독을 한다

-왜 하고 있지?


아이들이 영상으로 영어에 대한 흥미를 이어갔다면, 나는 오로지 책에서만 흥미를 느꼈다. 그래서 영어원서를 모두 입으로 읽었다. 매일마다 일정한 분량을 정독하고, 모르는 단어를 찾고, 발음도 익힌 후, 마지막엔 꼭 분량만큼 낭독을 했다.


원서 낭독이 자연스레 습관으로 이어진 건 경기도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친구 클레어 덕분이다. 그녀와 함께 거의 8개월을 읽은 것 같다. 낭독한 건 모두 녹음했고, 녹음한 걸 매일 친구에게 카톡으로 보냈다. <Wonder>는 3개월, <Holes>는 2개월, <To all the boys I've loved before>는 3개월이 걸렸다.


이후엔 혼자 읽고 녹음했다. 혼자 녹음하며 읽기 시도한 첫 책이 <The Night Diary>였다. 인도에서 복귀한 지 얼마 안 되었던 내게 이 책은 많은 위로를 주었다. 고비가 온 건, <Eat, Pray, Love>였는데  세 달 동안 빠지지 않고 읽어내는데 많은 에너지를 썼다. 철학적인 내용이라 어려웠다.


2년여 동안 원서를 꼼꼼하게 읽은 덕분에 내 독서습관도 자연스럽게 꼼꼼하게 읽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는 한글이든 영어든 독서에 좋은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가끔씩 슬럼프가 오기도 했다. 또 회의가 들기도 했다. 이렇게 열심히 읽는데, 왜 나는 잘 안 들리는 걸까? 내가 좋아하는 방식을 고집해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염려가 들었고, 방법을 좀 바꾸고 싶었다.


그때, 새벽달*김현석 샘이 무료 낭독 챌린지 접수를 받고 있었고, 바로 신청을 했다. 22년 1월부터 23년 4월까지 매일 방송을 듣고 낭독을 했다. 인스타 부계정을 만들고, 거기에 매일마다 낭독한 영상을 만들어 올렸다. 처음에는 문장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데, 낭독만 하고 있는 나를 느꼈고, 방송을 들으면서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는 걸 익히자, 문장 구조가 이해되는 게 늘어났다. 처음에 어디서 끊어 읽어야 할지 알쏭달쏭했는데, 점차 청킹단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1년 반쯤 같은 걸로 공부하니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EBS 방송을 이것저것 들어봤다. <Power English>와 <Easy Writing>이 잘 맞았다. 걸으면서 같은 방송을 두 번 세 번씩 들었다. 20분간 오로지 영어로만 떠드는 <Power English>는 여전히 어려웠다. 그래도 걸으면서 꿋꿋이 들었다. 방송 시간을 맞춰 듣기가 어려웠기에 "오디오 어학당"을 결제해서 내킬 때 아무 때나 들었다.



이 사진은 인스타에 올린 영상물이다. 일부만 가져왔다. 맨 오른쪽 캡처에 보면 음성 목록이 2000건이 넘는다.


매일 녹음하는 걸 보고 자란 두 아이는, 자연스럽게 낭독을 접했다.


그림책, 리더스북, 챕터북도 종종, 낭독을 했지만, 간헐적이었기에 매일 의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습관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때, 네이버카페 <에프터스쿨 스터디>를 알게 됐고, 그곳에서 영자신문 읽기 스터디를 발견했다. 첫째에게 물어보니 한 번 해보겠다고 한다. 그래서 NE Times Kids 1년 치 구독을 신청하고, 스터디도 신청했다. 스터디는 총 12주 과정이었다. 이걸 아이는 세 번 했다.


신문 기사 하나를 읽고, 낭독하고, 뒤에 있는 문제 풀고, 또 기사 관련된 쓰기도 하고. 처음에는 꽤 많은 시간과 공이 들었는데, 이것도 시간이 흐르니 좀 수월해졌다.


영자신문 낭독하면서 어려운 단어를 많이 익혔다.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는 단어도 자연스럽게, 쉽게 읽을 수 있게 되었다.


Debate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의 관점에서 주장과 근거를 적고, 그걸 말로 표현해 보는 과정까지 기록으로 남겼다. 동영상에 아이가 발표하는 모습을 담아서 밴드에 올리면 그중에 세 명씩 뽑아 선물을 주기도 했는데, 아이가 몇 번 뽑히자 의지가 샘솟았다.


또, 단순히 기사를 낭독하는 것만이 아니라, 일주일에 한 개씩 기사를 외우기도 했다. 아이는 외우는 거를 자신 있어했고, 이런 자연스러운 연습과정은, 3학년 가을에 있었던 영어스토리텔링말하기 대회에서도 빛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나뿐 아니라 아이도 매너리즘에 빠지는 건가?  이상 영자신문 읽기를 하기 싫다는 거다. 내가 자연스럽게 원서를 낭독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유를 물어봤더니 신문지 문제 풀이에 writing을 하기 싫다고 했다. 그래서 NE Times를 내 걸로 돌리고, 아이는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기사만 읽고 낭독하기로 했다.


우리는 상황에 맞게, 필요한 것에 따라, 방법을 개선 중이다.


현재 나는 EBS 교재로 공부하는 것을 그만둔 상태이고, <<Grammar in Use intermediate>> 공부 중이다.

 그리고 이 교재의 예문을 낭독한다. 아이 둘은 여전히 영자신문을 낭독한다. 분량이 짧고, 문장이 좋기 때문이다.


하나 더,


예전처럼 힘들게 하지 않는다.

(잘못된 방법으로 힘들게 한다면 병이 들 것이고, 제대로 한다면 실력이 늘겠지만...)


하루아침에 쌓일 실력이 아니라는 걸 지난 4년간 깨달았기 때문이다.


혹자는 말한다. 매일 영어에 올인해서 실력을 쌓은 후에, 시간을 분배해서 다른 것과 함께 공부하는 게 더 낫다고.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자신의 성격과 처한 환경에 따라 하면 된다.


내가 이루고자 하는 수준이 어디인지, 영어 공부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정한 뒤, 포기하지 않도록, 질리지 않도록, 그래서 번아웃이 오지 않도록 하는 것 말이다.


지금 나는 내킬 때 영어책을 읽고, 리뷰를 쓰고, 그것에 대해 Chat GPT와 이야기 나눈다. 유튜브에서 영어 영상을 찾아 즐겨 보기도 하고, 중국드라마에서 벗어나 영어권 국가들의 영화도 즐겨 본다.


이런 변화가 반갑다.


아, 방법은 바뀌었지만 대신 한 가지 꼭 지키는 건 있다.


매일 한다.


우리는 영어를 매일 한다. 어떤 식으로든 매일 연결되어 있다. 그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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