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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탄뽀뽀 Apr 05. 2022

브런치 독자와의 뜻하지 않은 대면식

이런 식으로 만나고 싶지는 않았는데...


최근, 허리 근력을 키우기 위해 집 근처 헬스장에 가서 PT상담을 받았다. 관장님이 상담할 때부터 몸 이곳저곳을 꼼꼼히 봐주시길래 몸에 대해 잘 아시는 분인 것 같아 그 헬스장에서 PT등록을 진행하게 되었다. 그렇게 내 담당 트레이너가 배정되었고, 첫 수업 때부터 꼼꼼하게 진단해주시고 몸 사용법부터 알려주시는 걸 보니 꽤 괜찮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시간의 수업이 끝나고 나서 간단한 상담을 하는 도중에, 트레이너 선생님이 나한테 조심스럽게 질문을 했다. 



"회원님, 혹시 카톡에 회사 이야기 올리지 않으셨어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카톡 보니까 글 쓰신 거 있던데 그거 회원님이 쓰신 거 아니에요?"

"저는 카톡에 글 쓴 적 없는데... 카톡에도 글을 쓸 수가 있어요?"

"뭐지? 회원님이 아닌가? 잠시만요."



트레이너 선생님은 핸드폰을 가지러 잠시 자리를 비웠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핸드폰을 가지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여기요! 프로필 사진 옆으로 넘기니까 글이 있더라고요."

"네?! 헉... 이거 저도 몰랐어요. 제가 쓴 건 맞네요."



알고 보니 브런치에 "다시는 회사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라는 글을 쓰고 카톡 공유 버튼을 잘못 눌러서 카톡 프로필에 까지 발행된 것이었다.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어벙벙해진 내 모습을 보고 트레이너 선생님은 덩달아 놀라며 어쩔 줄 몰라했다.  



"아... 죄송해요. 저는 카톡에 있길래 당당하게 보라고 올리신 건 줄 알았어요."

"아 아니에요. 저도 몰랐던 거라 당황스러워서..."

"사실 그 글을 읽고 많이 공감했어요. 저도 회사를 다녀봐서 알거든요. 그래서 지금 이 일을 하고 있는 거기도 하고요."

"아 네..." 



너무 당황스러워서 트레이너 선생님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원래 나는 사람들이랑 천천히 친해지는 편이기도 하고, 아무리 친해도 내가 쓴 글이나 SNS 계정을 잘 공개하지 않는 편이다. 아는 사람이 내 글을 계속 읽으면 솔직한 글이 안 나올까 봐서다. 그런데 본지 몇 시간도 안된 사람에게 내 글이 공개되다니 온 몸이 발가벗겨진 것처럼 수치스러웠다. 내가 살아온 27년의 세월을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한 것 같아 기분이 좋진 않았다. 그렇게 그날은 이야기를 대충 마무리 짓고 재빨리 옷을 갈아입은 뒤 도망치듯이 집으로 향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어떻게 보면 내 글을 읽고 공감해준 독자를 눈앞에서 만난 거고, 트레이너 선생님은 전혀 잘못이 없다. 그냥 프로필에 나와있길래 읽은 것뿐이고 게다가 내 글에 공감까지 해줬다. 당황스럽고 수치스럽다는 이유로 본의 아니게 상처를 준 것 같아 죄송하게 느껴졌다. 기회가 생기면 꼭 제대로 사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SNS로만 만난 이웃님들은 있어도, 실제로 글을 읽어 준 사람을 만난 건 생전 처음이라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복잡 미묘했다. 그래도 내 글을 공감해주는 사람이 실존한다고 생각하니 색다른 기쁨이었다. 카톡에 공유됐던 URL은 전부 삭제해서 트레이너 선생님이 이 글을 볼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당당하게 올려 본다. (제 브런치 글의 주인공이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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