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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전문가 Jun 04. 2019

어느 평범한 날의 기록

아이는 눈을 뜬 아침부터 자전거를 타고 싶다고 울었다. 

남편과 아이가 아레카야자 화분에 물을 주는 동안 간단히 멸치를 볶았다.  

우리집에 거침없이 잘 자라는 애들 둘이 있는데 바로 이 아레카야자와 우리집 꼬맹이다. 

밥 먹는 동안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배운 동요를 부르며 귀염을 떨었고 우리는 낄낄 웃었다.

남편은 출근하고 우리는 종이로 가방 만들기를 했다. 아이는 간식가방이라며, 내가 만들어준 가방에 캬라멜과 젤리 따위를 넣어 들고 다니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등원 길에 보이는 다른 어린이집 마당을 구경하며 아마도 그곳의 아이들이 심어두었을, 딸기가 열린 화분을 구경했다. 다음에 우리도 딸기 씨앗을 사서 심어보자 했고 아이는 원에 도착해 "이따 봐, 조심히 와!" 하며 살가운 인사를 던지고 돌아섰다. 

집에 오는 길, 아직 채 달궈지지 않은 아침 햇살은 부드러웠고 바람은 시원하다.

초여름의 색은 눈을 깨끗이 씻어주는 것 같다. 

더없이 좋은 아침이다. 



혹 언젠가 안녕하지 못한, 삶이 나를 집어삼킬듯한 아침을 마주할지도 모른다.

일분일초도 당연한 것이 없고 당장의 앞 일도 안갯속 같은 삶이기에, 좋은 순간들을 마주할 땐 흠뻑 그것을 느끼고 마음속에 잘 저장해두고 싶다. 

언젠가 곱게 마른 나뭇잎처럼 문득 발견하고 웃을 수 있기를 바라며.


(2019년 5월 29일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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