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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고 향기롭게 Oct 01. 2021

대학 들어가면 저절로 빠진다며...

저녁을 거르는 삶 21년째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들은 대학만 가면 살 빠진다고 했다. 정말 대학 들어가면 저절로 빠지는지 알았다. 어째 그리 생각했을까? 대학 들어간다고 저절로 빠지는 살이 어디 있던가 말이다. 그 말만 철석같이 믿고 대학가며 저절로 빠진 다했으니, 여고시절에 아름다움을 포기하고 살았다. 그리고 대학을 입학하고선 불규칙한 식사와 선후배와 마시는 술자리에서 안부 발 세우다 살은 빠질 틈이 없었다. 저절로 빠진다고 했는데... 먹어도 빠지는 거 아니었어?
점심도 먹고 나왔는데 선배를 식당 앞에서 만났다는 이유로 또 들어가 먹는다. 왜 그런 것일까? 그게 재미였던 거 같다. 나도 선배가 되고 보니 그렇게 먹는 게 의미가 없다는 걸 알았다. 대학 1, 2학년엔 2층 구내식당서 늘 비빔밥을 먹었다. 같은 돈을 내고도 백반보다 비빔밥이 가성비가 좋다고 느꼈다. 1층 구내식당에 가정식 백반은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아마도 집 근처에서 다니는 학교생활이다 보니 백반은 그냥 집에서 먹는 밥 같았던 거 같다. 그렇게 저절로 빠진 다던 살들은 꼼짝을 안 했다. 학창 시절 내내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취업준비로 학원을 다녔었다.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던 그때부터 저녁을 거르게 되었다. 다이어트가 목적이긴 했지만 저녁을 안 먹는 게 쉽지 않았다. 어떤 날은 배가 고파 잠을 못 이룬 적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습관이 되고선 저녁을 거르는 삶이 21년째 살아가고 있다. 저녁 한 끼를 비우면 다음날이 가볍다. 

사회생활을 통해 규칙적인 식생활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아침은 간단히 우유를 마시고 점심엔 도시락을 먹고, 중간 간식타임을 가지면 저녁은 그대로 건너뛰었다. 그러기를 10년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규칙이 되었고, 나의 몸무게는 조금씩 조금씩 빠져 결혼할 땐 따로 다이어트를 하지는 않았다. 때론 회식자리가 있었지만 회식후 다음날 아침엔 더부룩함에 점심도 거르고 그랬던 식생활이였다. 지금 생각하니 간헐적 단식이 아니였나 싶다.


대학 들어가면 저절로 빠진다는 말을 왜 그리 철석같이 믿었을까? 지금도 다이어트는 진행 중이다.

다소 단점이 있다면 이젠 안 먹는다고 젊을 때처럼 금방 배가 쏙 들어가지도 않는다. 두 아이를 낳고 늘어진 탄력은 다시 운동하지 않으면 돌아올 수도 없는 거 잘 안다. 안 먹고 빠진 살이라 먹으면 금방 요요도 온다. 그러다 보니 먹는 것에 점점 신경 쓰이게 되었다. 입은 점점 짧아지고, 배가 부르다 싶으면 숟가락을 놓던 그때와 달리 살림을 하며 음식에 소중함과 만든 정성을 알기에 먹다 남은 것도 버리기 아까운 경우가 태반이다.


저녁은 거르지만 예전의 몸무게로 돌아갈 수 없고, 의지가 아직 부족하여 보다 노력이 필요한 것도 아는데 천고마비 계절이라 하지 않았던가! 이미 저녁을 먹을 수 없을 만큼 꽉 찼다. 저녁을 거르는 삶을 앞으로도 살겠지만, 적당한 몸무게를 유지하는게 나의 건강 비결이라 하겠다. 욕심같아선 3,4킬 빼고 싶지만 더 찌지 않기를 바라면서 대학가면 저절로 빠지는 살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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