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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고 향기롭게 Nov 29. 2021

김장엔 김치만 담근게 아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부모님 마음

아버님께서는 경운기 한가득 배추를 싣고 오셨나보다.

어머님께선 다듬고 쪼개어 소금뿌려 절이셨다.

"이번주 김장할거 같으니 시간되면 올수있겠니?"

하시던 전화말씀에 한주 비워두었다.

당연히 도와드리고 말구다. 한해한해 거듭될수록 힘에도 버거우신 김장을 어찌 홀로 감당하신다 말인가!

주말 일찍 서둘러 시댁으로 출발하였다. 자가용으로 3시간반 도착하니 점심때를 조금 넘긴 시각이다.


대문밖으로 한걸음에 달려나오시는 어머님. 아이들 먹을거 없으시다며 참기름 듬뿍 고소하게 끓여놓으신 황태미역국에 청국장에 허기를 달래본다.


먼길 오는것도 힘드시다며 벌써 준비는 다 해놓으셨다. 배추도 다 절여진 상태니 늘 한발씩 늦은 나의 걸음걸이다.

버무리기만하면 되는데 버무릴 시작을 안하신다.


두리번두리번 일거리를 찾아보니 깍두기를 담그신다며 무 몇개를 주셨다. 냉큼 받아다 씻고 다듬고 어머님과 마주앉아 깍두기썰고 나니 더이상 할게 없으시다고 하신다.


낼 아침 다오면 그때 버무리자고 피곤할텐데 좀 누워 쉬라고 하신다. 눈치도 없고, 염치도 없는 난 따뜻한 아랫목에 등을 지지며 한숨 청했다. 새벽부터 서둘러 내려왔던 피곤함이 절로 잠들게했다.


다음날 아침 자식들 다 모이면 하시겠다고 마음먹으셨는지 시작을 안하신다. 아침 7시에 오신다던 형님은 8시에 도착예정이라신다. 난 김장매트깔고 양념장 옆에 두고 절인배추를 남편에 부탁하여 김장매트 한가운데 쌓아두었다. 동서가 도착하자마자 둘이 버무렸다. 올케들 먹일 커피를 들고 환하게 형님도 도착하셨다. 김장은 이제 절정으로 이르게 되었다.

손이 많으니 금방 버무려진다. 각자가 먹을건 각자가 버무리게 하시는 어머님.

조용했던 집안에 왁자지껄 이야기꽃이 활짝핀다. 어머님께서는 골고루 바르라시며 각자의 김치통에 맛있게 익혀지기를 바라듯이 차곡차곡 담아주신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머님의 손이 안가는데가 없다. 아직 어머님한테 부족한게 많은 자식들이다.


김장이 막바지에 이르니 어머님 손길이 또 바빠지신다. 수육을 한가득 삶아 내어오시니 다 큰 자식들 입에 들어가는 모습에 흐믓해 하신다. 금방 삶아 오신 수육에 김장 김치 돌돌말아 아삭아삭 정이 샘솟는다.


또 먼길 가야하니 빨리 채비해서 가라시며 김장김치는 보자기에 고이 담아주신다. 금방 뽑아온 대파에 배추국 끓여 먹으라시며 싸주신 배추한상자. 차 안가득 정을 싣고 우린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도와드린것도 없고, 오히려 분주하게만 만든거같은 마음이지만 부모님 마음 바다와같아 비길데가 있으랴만, 보자기 꽁꽁 묶으셔서 한통한통 담아주시는 마음이 집에와보니 울컥하게 만드는 순간이였다.


도와드린다고 간건데 한거라곤 버무린거밖에 없는 참 철없는 며느리. 어머님 마음 가득 정성 가득 잘먹을께요.


시댁 계단 한켠에 우릴 반겨주던 빠알간 단풍잎.

어머님 주워다 이리 두셨다는데 바람에도 날라가지 않고 우리가 오길  바라시던 어머님 마음 이실까?

가을 가득히 어머님 주워오신 단풍에게 눈길을 뗄수가 없었다.


냉장고속에 든든하게 자리잡아준 김치엔 어머님 아버님 사랑 가득 담겨있어 마음이 꽉찬다.

김장엔 김치만 담근게 아닌 부모님 사랑가득 담아 왔다.

올해도 잘먹겠습니다. 아버님,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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