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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고 향기롭게 Dec 17. 2021

출근길 칼바람

겨울다웠던 오늘 하루 겨울바람

이른 아침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어제와 다른 바람의 온도가 잔뜩 움츠리게 만든다. '옷을 잘못 입고 나왔다'란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아이들 등굣길 따뜻하게 입고 나가라고 한마디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잠시 머뭇거려 지기까지 했다. '그래 지하철 안에 들어가서 톡 해야겠다.' 손이시려 코트 주머니 속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며 밝아오는 아침을 향해 걷고 있었다.


걸을수록 찬바람은 더 굵어지는 기분이다. 마스크를 써서 그나마 얼굴이 덜 시린 기분이 들었으니, 지하철 역까지 반쯤 남은 거리에 핸드폰이 진동이 온다.

'어? 이 시간 누구지?' 하며 전화기를 꺼내보는 순간, 첫째 딸아이의 전화였다.

이 시간 전화할 아이가 아닌데, 무언가 놓치고 나온 것일까? 등교할 아이가 전화 오는 순간이 왠지 불길하기도 하다. 걱정 반, 설렘 반 전화기의 수신 버튼을 스킵한다.

"어~oo야 무슨 일이니~?"

"엄마~! 밖에 비 와요?"

"아니~ 비는 안 오는데 엄청 춥다.! 학교 갈 때 따뜻하게 입고 가야 해~ 근데 왜 비 오는지 알았어?"

"밖에 빗소리가 들리는 거 같아서요.",  "엄마 오늘 한파 주의 보래요. 엄마도 춥겠어요."

"어.. 어~춥다. 손 시려서~ 동생 챙겨서 학교 잘 다녀와요~"

"네~잘다녀오세요~끊을게요"


13살 딸아이와의 전화통화를 뒤로하고 바삐 움직여 지하철로 들어갔다. 이른 아침 출근이지만 지하철 안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오전 7시 9분 지하철이 들어온다.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로 걸음을 재촉하여 출근길 흐름에 몸을 맡긴다.


제법 겨울다운 바람을 맞으며 걸던 오늘 하루.

오후가 되니 더 추울 거라고 하는데, 일기예보대로 바람이 더 강하게 추워졌다. 겨울다운 겨울바람이 한편으로 반갑다. 겨울치곤 따뜻한 편이었던 요즘 미세먼지가 극성이었지만, 겨울바람 속에 미세먼지는 멀리 도망가고 없다. 추위와 맞바꾼 미세먼지. 둘 중 고르라면 겨울바람이 선택하겠다.


며칠 뒤면 절기 중 동지가 찾아온다. 겨울의 한가운데로 걸어가는 이 순간 밤의 길이도 길고, 투명한 겨울바람 속 칼바람이 겨울다워 좋다. 잔뜩 움츠려 걷고 있는 내 모습에 가슴 한번 펴보고, 추워도 춥다고 겨울을 미워하지 말자며 겨울답게 추워진 오늘을 즐기자꾸나.


이 정도 겨울바람은 불어줘야 겨울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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