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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고 향기롭게 Feb 05. 2022

"이젠 더 이상 울 수 없는 밥상이네~"


아침 줌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일어난 아이의 첫마디는..."아~난 친구도 없어!"

간밤 잠으로도 리셋이 안 되는 정리 안 되는 감정이 여전히 맴돈다.

속상해하는 아이의 말에 엄마인 내 마음도 굿모닝 하지 못한 아침이다.


아침의 루틴처럼 카페인을 내려 한 모금 먹는다. 아이는 힘없이 카메라 앞에 앉아 수업을 듣는다.

엄마의 시선에선 어깨도 축 쳐져 보인다. 아직 기다려야 할 거 같다.

아침도 거르지 않은 아이는 입맛도 상실했다.



친한 친구들의 안부 톡이 올라오며 프로필 사진에 교복 입은 모습들을 보게 된 아이는 또 한숨을 짓는다.

좀처럼 감정이 회복할 틈을 주지 않는다. 생각보다 아이의 속상함은 크고 깊었다.

그 상황에도 줌 수업에, 학원에, 단어도 외우고 할 건 다하며 틈나는 시간마다 바닥에 누워 '난 친구도 없고, 교복도 없어'라며 혼잣말을 들으란 건지 중얼거리며 부유하고 있었다.



아직은 내겐 그 모습조차도 귀엽다. 그냥 옆에서 지켜볼 수밖에.. 교복보다 친구들과 떨어진 지금 이 순간이 젤 힘들 테지.. 시간이 지나면 또 무섭게 적응할 테지만, 오히려 입학식이 기다려진다며 또 중얼거리고 지나간다. 속상해서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중간중간 미소 짓는 모습이 아이의 진짜 감정이 무엇일까? 갸우뚱하게 하는 순간도 있었다.


너무 속상해하면 엄마한테 미안할까? 저런 미소가 나오나? 싶은 생각도 들게 했으니 말이다.


아이의 기분을 전환시켜 주기 위한 나의 작은 노력은 먹고 싶은 거 해주는 것이라.

먹고 싶다고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다. '월남쌈' 이 먹고 싶다고 말해주어 간단히 장을 보았다.

있는 야채를 썰어 돌돌 말아먹여 보자.


아이는 저녁 밥상을 보자마자 한마디 한다.

"이젠 더 이상 울 수 없는 밥상이네~"

원푸드로 먹이던 최근 밥상에 맘에 드는 밥상이었나 보다. 아이의 말 한마디에 오히려 위로가 되는 건 아이가 아닌 나였다. 아이의 감정을 살피던 내가 아이가 하는 말에 오히려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었던 내가 있었던 것이다.




빳빳했던 라이스페이퍼는 따끈한 물에 적셔 부드러워지는 순간에 원하는 음식들을 넣는다. 돌돌 말아서 한입 가득 넣으며 이맛이라며 이야기해주는 아이처럼, 온갖 심난했던 감정들은 라이스페이퍼에 돌돌 말아 꿀꺽 목 넘김으로 지나가리라 믿는다. 꼭꼭 씹어서 맛있게 먹으며 감정의 회복탄력성이 발휘되기를 바라본다.



"노오란 월남쌈처럼 입춘인 오늘 따뜻한 봄을 기다려보며...너에게도 온기 가득한 봄날 같은 중학생활이 기다리고 있을거야~언제나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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