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맑고 향기롭게 Mar 17. 2022

봄소식을 전하는 개구리알


흐릿한 하루로 시작된 월요일 아침. 우산을 들고 가야 할지 고민하다 접이식 우산을 에코백에 찔러 넣고 현관문을 나섰다. 흐릿한 봄날이지만 바람은 포근함이 묻어 있었다. 평소보다 좀 더 얇은 겉옷을 입고 나와도 그리 춥게 느껴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정오쯤 되었을 때, 점점 어두워지더니 금방이라도 쏟아질듯한 먹구름에 하늘에 자꾸 시선이 간다. 시간을 보니 둘째가 하교할 시간이다. 분명 등교할 때 비가 안 왔기에 우산을 챙기지 않았을 둘째라 생각되어 하굣길 내리는 봄비가 조금은 야속하게 느껴졌다. '하필.. 하굣길 비가 이리 쏟아지다니'


그리고 잠시 뒤, 둘째 아이의 걱정에 지인에게 부탁하여 교문 앞을 찾게 된 지인분의 말에 둘째의 손엔 이미 우산이 있었다고 했다. 아침에 챙겨갔다는 둘째였으니, 통화가 안되어 지인분을 고생만 시키게 된 상황에 몸 둘 바를 몰랐다. 비가 주적주적 오는 길에 아낌없이 맘 써준 지인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제법 굵게 내리던 봄비는 오후쯤 되어 그쳤다. 퇴근길 봄비에 화단에 있던 꽃가지마다 봉우리가 생겼다. 산수유는 노랗고, 개나리는 파랗게 봉우리들이 고개를 내민 모습들이 마냥 신기만 했다.



비가 온 뒤라 바닥이 젖어 산책이 어려울 거 같았던 순간, 반려견 우유를 데리고 바로 산책길로 나왔다. 비가 온 뒤 겨울 산책길은 짙은 색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비에 젖은 자연은 더 그 색이 진했다. 비가 와도 이리 안 춥다니!


우유는 봄 향기를 맡느냐 바빠했다. 나오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을 무렵 산에서 내려오는 계곡 물소리가 제법 크게 들렸다. 숲 속으로 새들이 지저귀는지 소리도 낯설게 크게 들렸으니, 자세히 들어보니 이건 새소리가 아닌 개구리 소리가 아닌가? 개구리가 벌써 이렇게 울며 봄을 맞이한다는 게 마냥 또 신기했다.



좀 더 가까이로 다가가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를 보고 싶어 계곡물 가까이 다가가 보니, 개구리가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바글바글 하다. 평소 보기 힘들던 개구리가 이렇게 무리 지어 울며 또 무리 지어 헤엄치고 있었다.


잠에서 깬 개구리의 행동 이래서 그럴까? 다소 둔해 보이는 행동들이 날렵함은 잠시 소멸되어 보였다.


물 웅덩이 사이로 개구리 알이 보였다. 젤리처럼 몽글몽글 개구리 알을 이리 가까이에서 보는 순간 마음은 다시 동심으로 데려다 놓기 충분했다. 개구리들은 겨울잠을 자서 일까? 색은 검은색을 띠고 있고, 웅크린 채로 눈만 껌뻑이는 개구리를 가까이에서 보고 있는 게 재미있었다. 아이보다 내가 더 신났던 거 같다.


봄을 구경 나갔다가 개구리를 만난 반가움이 봄을 즐길 수 있는 순간! 당분간 개구리알을 보러 자주 가게 될 거 같다.




작가의 이전글 설레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