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지 말고 믿어버리자(검 9)

by 김소영

연인들이 서로를 사랑할 때, 왜 처음은 아름다울까. 사랑을 시작하면서 세상은 마치 둘 만을 위해 스포트 라이트가 켜진 것처럼 별빛 아래 있는 모습일까.


꿈꿔왔던 사랑이 시작되니 하루아침에 세상이 달라 보이고 마음이 들뜬다. 태양도 달빛도 온통 두 사람을 위해 노래하고 시간도 멈춘 듯한데, 왜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 태어나 한 번도 맛보지 않았던 쓰라린 감정을 느껴야 할까?


상대방은 모든 것을 걸고 다가온 것처럼 보였는데 어느 날 그를 바라보니 생각보다 그는 겁쟁이였으며 두 사람이 시작한 사랑의 게임에서 한 발자국도 양보하거나 지지 않으려고 몸을 사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

누가 죽이려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까지 몸을 사릴까. 이제부터 지옥이 시작된 걸까?


그 당당한 고백 후에는 꼬리를 감추고 숨어버렸다. 자신의 본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으며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자신과 현실에서의 자신의 행동은 극과 극을 오갔다. 본인도 이 모습이 싫었나 보다.


어느 날부터 서로가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두 사람이 줄다리기를 하기 시작했다.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조금씩 엇나가기 시작했고 관계는 삐끗해졌다.


도대체 뭐가 문제지? 뭐가 잘못된 거야? 당황하기 시작한다. 내가 마음속에 그리던 사랑과 현실에서의 사랑의 갭이 생기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다가가며 시작된 사랑의 무대에 조명이 사라지고 시간마저도 서로 빗나가기 시작했다. 시간을 맞추기도 어려워졌다. 서로 약속을 하고 누군가는 기다리고 누군가는 바닷속으로 깊이 잠수해 버린다.


로맨스는 끝나버린 듯하다. 내가 생각한 낭만적인 연애는 어디로 갔을까. 냉정한 현실만이 두 사람 사이로 나뒹군다.


그럴수록 두 사람은 사랑의 희생자가 되지 않으려고 몸을 더 사리기 시작한다. 숨이 막힌다. 그러다 누구 하나는 죽을 것 같기도 하다. 죽이려 하지 않는데도 몸을 사리는 두 사람, 이쯤이면 두 사람은 예전에 걸었던 길을 가도록 서로를 놓아줘야 할 때다.


혼자 걸어왔던 길인데, 서로를 발견했으며 어린아이처럼 기뻐했으며 잠시 사랑했으나 두 사람은 맞지 않았다.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더 많은 인생의 시간을 낭비할 것이고 지금의 상처는 이자처럼 복리가 되어 돌아온다. 지금 헤어지면 이별이지만, 결혼까지 하게 되면 이혼까지 겪어야 하며 지금은 아이가 없지만 아이까지 함께 그 이별을 감수해야 한다.


네가 몸을 사린 이유는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미래까지 가 본 걸까? 지금 사랑에 몸을 사리고 있다면, 더 이상전쟁 같은 사랑을 하다 처참하게 죽고 싶지 않은 거다. 무의식과 몸은 알고 있는데, 감정을 누르고 무시하며 사랑을 지속한다면 두 사람의 새로운 인생도 없다.


사랑이 다했다는 걸 인정해야 만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 사랑에 몸 사린다면 사랑이 아니다. 사리지 말고 믿어버린다면 상대방도 더 이상 몸 사리지 않고 사랑하겠지. 아쉽게도 사랑이 아니라고 느껴진다면 스스로 몸 사리며 물러나거나.


몸을 사리는 자는 스르르 사라질 것이며 믿음을 가진 자는 사랑이 시작된 무대 위에 그대로 남는다. 사랑이 끝나면 사라진 자는 두 번 다시 같은 무대 위에 오를 수 없으며 믿음을 가진 자는 잠시 숨 고르기를 한다.


사랑을 믿어버린 자는 무대 위에 버려졌지만, 다음 사랑이 무대 위로 나타나겠지. 인생은 그런 거니까.

검 9번 카드의 주인공처럼 침대 위에서 잠 못 이루며 얼굴 싸매지 않아도 된다. 몸 사리지 말고 살자.

걱정은 현실이 아닐 수도 있는데, 오히려 걱정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당신이 걱정하는 이유가 이 걱정에서 벗어나려는, 혹시나 내가 걱정하는 일이 정말로 찾아올까 봐 미리 고민하는 거라면 걱정도 나쁘지만은 않다. 어쨌든 잘해 보려는 마음이니까. 이걸 알면 문제도 사라진다. 죽을 것 같은 걱정은 벽에 걸린 검처럼 자신을 찌르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될 테니까.


9 소드.jpg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21화타로 상담사 직업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