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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고요 May 31. 2020

꿈이 없어도 괜찮아

그냥 지금을 충실하게 살거야

어느 순간부터 꿈을 잊고 살아가는 내 자신은 풀어야 하는 문제가 되었다. 평일은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하기를 반복하며 돈벌이를 위해 해야 하는 일을 해내는 것에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 주말에는 애인이 있을 때는 애인을 만나 좋은 곳을 가고 보고 맛있는 것을 실컷 사먹으며 시간을 보내며 지냈다. 애인이 없을 때는 간간이 친구들을 만나 그저 가벼운 일상 이야기를 나누며 애인과 하듯 좋은 곳을 가고 맛집을 찾거나, 혼자 집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돌아다니는 것을 했다.


이런 평범한 일상에 회의감이 들 때가 자주 있었다. 이렇게 색다를 것이 없이 비슷하게 살아가면 직장을 다니는 40여 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지? 잠시 미래를 그린다. 자기 사업을 하거나 창작을 하면서 승승장구해나가는 혹은 내가 보기에 유망하여 곧이어 나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될 것 같은 사람들을 보면서 평범한 회사원으로서 일상을 채워나가는 내가 작게 느껴질 때가 있다. 전체 삶의 관점에서 회사와 일 그리고 내 개인적인 삶에 투자하는 비용과 시간을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내 일상 대부분의 시간을 차지하는 회사 안에서 목표를 찾아야 하는지 아니면 개인적인 프로젝트들을 해나가는 게 맞는건지 한참 혼란을 겪고 있다.


대학에 입학할 때도, 대학원에 들어설 때도, 직장에 입사할 때도 항상 새로운 환경에서 그릴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이고 멋진 미래의 내 모습을 꿈꾸며 첫 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어떠한 어려움이 닥치든 그것은 결국 꿈에 다다른 이후에는 많고 작은 시행착오 중의 하나일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렇기에 시련에도 둔감했고 강도높은 일과 스트레스도 무던하게 극복할 수 있었다. 가까운 이들에게 나는 항상 바쁘고 독한 아이로 비춰지기도 했고, 어떤 이들에게는 부단히 애쓰면서 겁없이 이것저것 도전하기에 언젠가는 뭐라도 될 아이로 고평가되기도 했다. 나 스스로도 무엇 하나도 대충 해넘기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내 모습이 꽤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몸이 닳도록 부딪히는 과정에서 나를 지탱한 건 내가 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꽤 괜찮은 어른이 될 것이라는 꿈이었다. 그 당시 내게 괜찮은 어른의 기준은 존경받는 사람이었고 존경받기 위해서는 번지르르한 직업부터 가져야 한다는 데 생각이 그쳤다. 그 이후 품성을 가꾼다든가, 사회적 공헌을 하는 것과 같은 단계들은 직업을 갖고 난 내가 고민할 것들이었다. 입사하기 전까지는 직업적인 목표를 가장 최종의 목표로 삼으면서 지금의 어린 나로서는 가늠할 수 없는 더 좋고 높은 곳에 내가 있겠지라는 생각이 무언가에 새롭게 도전하고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스스로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회사를 들어오고 나니 처음에는 새로운 환경과 문화에 적응한다고 1년이 가고, 직장인다운 연애를 해보겠다고 하다가 1년이 갔다. 지금은 재테크, 취미 생활 등을 원없이 해보겠다고 하다가 뭐 하나 제대로 지속되는 거 없이 마무리하고 그저 시간이 가는대로 지내고 있다. 그래서 한동안은 이러한 권태로움과 무력감에서 벗어나려면 직업적 목표 외에 다른 심오한 꿈이나 목표를 찾아서 설정을 해야 할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는 내가 있는 현재 환경을 벗어나서 더 좋은 곳으로 가기 위해 안달해야겠다는 위기감과 함께했다.


회사에서 잦게 수행하던 업무도 무가치하게 느껴져 괴로웠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때도 내적으로 대화 주제의 유용성과 가치를 따지기 마련이었다. 만나는 모든 선택지들에 저항감이 수반되니 감정기복이 커지고 추친력과 효율이 떨어졌다. 당연했던 것들에 감정의 동요가 생기니 공과사 처리의 속도감이 떨어지고 결과물 또한 만족스럽지 못하였다. 대의명분과 의미, 가치 등에 집착하는 순간 그것이 되려 나의 사고와 행위를 제한하게 된 것이다.


애인과의 연애에서 오는 갈등 때문에 몇날 며칠을 괴로워하며 지내는 나, 상사와의 의견 충돌로 인해 화를 삭이는 나, 한없이 외로움의 감정으로 빠져들어 시간을 죽이고 있는 나를 한심하고 어리게 바라보는 것. 그것은 의미있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는 내 자신에 대한 자비없고 냉혹한 평가였다. 그저 순간에 일어나는 감정을 지긋이 바라보고 충분히 느낀 후에 자연스레 흘러보내면 될 것을.....


내 자신이 겪는 어려움과 갈등에 맞서 스스로를 더 세심하게 돌보고 아껴준다면 모든 것이 별 거 아니게 되는데 그럴 시간마저 사치로 여겨지는 게 문제였다.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는 일념은 현재를 오로지 미래를 위해 재료로 사용할 준비시간으로 전락시킨다. 그저 지금 하는 일에 충실하게 임하고, 오늘 해야 할 일을 성의껏 해내는 것이야말로 하루하루 잘 사는건데. 오늘의 날씨, 몸상태와 기분, 일어나는 크고 작은 변화들을 잘 수용하고 순간순간 최선의 결정들을 하는 것이 최고의 꿈이라면 꿈이고 목표다.


어떤 대의명분이나 큰 목표를 찾아 설정하는 것은 삶의 이유를 부여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아니다. 오히려 큰 꿈과 목표를 맹목적으로 좇는 동안 현재 하고 있는 것들은 그저 작고 하찮은 것으로 인식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그리고 이상적인 것을 나와의 비교 대상으로 삼아 나를 더 조급하게 만들 뿐이다. 현재 내가 하고 있는 것들에 보다 성의있게 임하고 나 자신과 주변을 세심하게 살피면서 그때 그때 할 수 있는 최선을 선택하는 연습을 하면서 천천히 삶의 주도해나갈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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