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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상에나온개세 Jul 07. 2022

1. 개업을 하면 마음 편할 줄 알았다

고시 출신 1인 세무사의 개업투쟁기

https://litt.ly/solartax




2017년 11월 세무사 시험에 합격했다.

취업에 대한 고민과 공부가 하고 싶던 시기였기에 지금 돌이켜보면 신났던 수험생활이었던 듯하다.

(물론 그때의 나는 멘탈도 엄청 부서졌기도 했고, 좌절도 했었을 것이지만 지금은 기억이 가물하니 신났던 걸로 하겠다)



세무 업계의 현실을 하~나도 모르고(심지어 전공도 상경계열이 아닌 필자였다.) 그저 시험 하나만 합격하면 자격증으로 평생 잘 먹고 잘살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합격한 시험이었기에 그냥 막연히 일반 취업시장처럼 대형 법인이 좋은 거겠지~ 싶어 국내 순위권 대형 세무법인으로 입사했다.






입사 과정도 스펙타클 했었는데, 이 부분은 추후에 남길 수 있으면 남기겠다. (즉, 오늘은 생략한단 소리)

대형 세무법인에 관련된 일도 추후 서술하도록 하고, 수습 시절을 포함하여 만 4년의 근무세무사 생활을 하고 올해 내 이름으로 개업을 했다.



개업은 너무나도 생각지도 못하게 하게 되었다. 너무 오래 같은 회사를 다녔고, 생각보다 어린 나이와 대형 법인을 조금 다뤄보았던 경력은 대기업 이직을 꿈꿔볼 수 있었기에 이직 쪽으로 마음을 먹었었는데, 근무세무사 시절 개인적으로 세무 업무를 자문드린 회사에서 이직에 대한 오퍼를 제안받았고, 당시 추후 나의 결혼과 육아를 생각한다면 개업도 좋은 선택지겠다는 생각이 들어 제안을 드렸는데, 흔쾌히 수락해주셔서 그렇게 개업세무사의 루트로 발을 들였다.



근무세무사(흔히 업계에서는 근세 / 개업세무사는 개세라고 한다. 사실 실제적으로 개세라는 말은 쓰지 않으나 그냥 내 필명을 개세라고 한 관계로 개세라고 지칭하겠다)를 할 때는 사실 개업이라는 게 굉장히 무서워 보였다. 언젠가 내가 준비가 된 방호복과 여러 무기를 들고서 전장에 나가는 장군처럼 휘황찬란하게 이뤄내는 그림일 줄 알았지. 이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할지는 정말 몰랐다. 그것도 20대에 개업이라는 선택지는 사실 세무사 시험 합격할 때 전혀 고려하지도 않던 선택지였으니까.



또 근세 시 동기들끼리는 개업하면 3년은 고생한다더라, 3년 뒤에는 알아서 잘 큰다더라, 직원을 뽑으면 알아서 잘되지 않을까 등등 이런 막연한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배부른 소리고 아주 그때의 내 이마를 손바닥으로 짝! 하고 내려치고 싶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개업의 현실과 말로는 정말 다른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사실 내가 개업을 했던 이유는 하나였다.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도 아니고, 그냥 내 행복은 내 가정의 평안이기에 적당히 내 앞가림을 하면서 적당히 경제적 여유도 갖고 싶고, 그럼 지금 뭐가 없는 이 상황에서 일을 열심히 일궈 놓아서 결혼 후 조금 더 안락한 삶을 위한 디딤돌이 되지 않을까 싶었던 생각.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없지만 흠.. 생각이 정말 많다.



이제 갓 200일이 넘은 신생아 수준의 개세가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정말 개업을 패기 있게 했다 싶다. 아무 생각도 없이 어떻게 이렇게 질러버릴 수가 있는지. 정말 네가 나긴 하지만 너 참 대~단도 하다.



개업을 하면 잘 돌아가고, 저절로 잘되고, 그냥 자격증 있으니까 나는 열심히 할 거니까!라고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나는 여리기도 하며 강철멘탈도 아니고, 열심히 하는 무한동력도 아니였으며 부족한 점이 너무 많음을 느끼고 있다. 그래도 날 믿고 와주시는 고객님들께 너무 감사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수준에서 어떻게든 더 잘해드리려 하지만 간혹 내 기대에 못 미치는 날에는 좌절도 하고, 내가 할 수 있을까, 나는 바보인 걸까 하는 아주 롤러코스터의 바이오리듬이다.






어제보다 나은 내일, 어제보다 나은 삶을 표방하며 나는 항상 성장하고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요새는 정말 그런 것일까. 나만의 정신 만족이 아닌 진짜 이런 삶을 살고 있는 게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사실 상반기 업무가 끝나고 정신없었던 생활이 조금 마무리가 되면서 밀려왔던 아무 생각이나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 일단 오늘은 이런 내 생각들을 남기고 싶었다.



그리고 개업을 꿈꿀 누군가에게도 이 글이 언젠가 도움이 되길 바라며. 그리고 1년 뒤, 3년 뒤, 10년 뒤 내가 힘들거나 또 이런 흔들림이 다가올 때 과거의 내가 이겨냈던 걸 보며 미래의 내가 힘이 되어 이겨내길 바라며.

그러고 보니 제목은 개업을 하면 마음이 편할 줄 알았다였는데 그거에 대한 글이 1도 없네. 그래도 알지 않을까?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하는 날 보면 마음이 편한 게 1도 아니었다는 사실을..!?



일기글처럼 많이 쓰고 싶다. 업무용 글 말고 그냥 이렇게 가볍게 아무 생각이나 쓸 수 있는 내 장소.

편한 내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구나. 다시 그러면 원천세 신고를 하러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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