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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 기획자의 회고록: 뷰페이지 개선하기 (상)

방향을 확실하게 정한 뒤에 출발할 것.

by 다복

웹에이전시에서 1.5년간 일하며 배우고 경험한 것들을 적어나가려 합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동료 기획자들, 앞으로 더 잘하고 싶은 저를 위해 글을 남깁니다.




드디어 서비스에 손을 대다.


입사 후 한동안 콘텐츠와 이벤트를 기획하는 루틴 한 업무를 맡으며 조무래기 생활이 이어졌다. 약 4~5개월쯤 되니 어느 정도 우리 서비스의 모든 기능을 제법 잘 이해하고 있는 상태가 되었다. 그 뒤로는 슬슬 서비스 기능개선 업무를 맡기 시작했다. 운영 정책이 변경되는 것에 맞춰 서비스 구성 요소를 조금 손본다던가, 간단한 버튼을 페이지에 추가해 본다던가, 이벤트 페이지에 연결할 투표 모듈을 만들어 본다던가. 사수님의 서포트 아래에서 소소한 업무를 매듭지어 보며, 서비스 기획자로서 걸음마를 마쳤다. 입사한 지도 어느덧 1년이 넘어가던 어느 날, 이번엔 제법 큼직한 업무를 하나 맡게 되었다. 우리 서비스에 업로드되는 게시글의 뷰페이지 UI를 개선하는 업무였다.

서비스의 프론트는 React로 개발되어 있었는데, 유지보수를 맡던 프론트 개발자님의 말에 따르면 차크라라는 라이브러리의 UI로 뒤덮여 있었다고 한다. 차크라 UI는 React용 디자인 시스템을 제공하는 라이브러리로, 다양한 컴포넌트들을 제공하기 때문에 디자이너 없이 개발자가 혼자서 개발해야 하는 경우엔 때에 따라 매우 편리할 수 있는 라이브러리였다. 하지만 우리 서비스 내에서 디자이너가 직접 UI를 디자인하고 이를 코드로 반영해주어야 하는 업무들이 반복되면서, 프론트 개발자님은 이 차크라 UI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추후에 유지보수가 편리하려면 예전 개발자가 남겨놓은 이 차크라 UI를 하나하나 뜯어 없애야만 했고, 코드를 손보는 김에 뷰페이지를 좀 더 좋게 바꿔보자는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이다.



이렇게 일했다.


1. 리서치
게시글&아티클 형식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타 서비스 뷰페이지 UI를 리서치했다.

(네이버 블로그, 투비컨티뉴드, 멜론매거진, 뉴닉, 라이프집, 포스타입 …)

2. 리서치한 UI들을 뚫어져라 바라보기


초장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다양한 UI들 중에서, 어떤 것이 우리 서비스에 적용하기에 타당한지 알 수 없었다. 첫번째 원인은 서비스 UI를 보는 내 눈이 아직 낮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참조한 서비스들의 UI들은 비슷한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요소들간의 배치 방식이나 크기, 어떤식으로 그룹화되어있는지는 모두 달랐다. 비슷한 듯 다른 UI들 중에서, 어떤 점이 좋고 나쁜지 장단점을 비교하고 판단하기 어려웠다. 두번째 원인은 UI 개선의 명확한 방향성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차크라를 걷어내는 것 외에 분명한 상위기획이 없었다. 도대체 뭘 위해서 UI를 바꿔야 하는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의문에 스스로 답을 할 수 없었다.


나는 당시에 서비스 개선의 명확한 방향성이 먼저 나에게 주어지는 게 합당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명확한 상위기획을 받아 개선이 이루어지는 회사도 많을 것이다. 체계와 규모가 있는 대기업의 경우는 더더욱 세세하게 상위기획이 먼저 정해지고, 그다음 UI나 정책 개선이 진행된다. 하지만 내가 맡은 프로젝트는 적은 인력으로 애자일 하게 운영되는 소규모 프로젝트였다. 명확한 방향성이 없어서 일을 하기 어려웠다면, 업무 담당자인 내가 먼저 생각해 보고, 부족한 점은 회의에서 논의를 이끌어 내어 정확한 방향성을 스스로 정립해야 했던 것이다.


지나고 보니 이 시점에서 사수님에게 먼저 일의 방향성을 여쭤봤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그럼 답을 주거나, 같이 고민을 해주거나, 아니면 그것부터 내가 정해나가야 하는 일이라고 인지시켜 주셨을텐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뭘 어떻게 고쳐야 하는 건지 의문만 가득했지만, 물어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눈치 보며 어물쩍 눙치지 말고 모르는 것은 제대로 질문해야 했다.


그 당시에는 질문이 필요한 타이밍이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한 채, '일단 그럴 듯 해 보이는 UI를 만들어보자' 다짐하고, 스토리보드를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선택은 결국 큰 파장을 불러오게 되는데 …




> 주니어 기획자의 회고록: 뷰페이지 개선하기 中 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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