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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편지] 선거법, 진행 프로그램 중단 옳은가?

12. 퇴근길 맨발편지

by 조연섭

안녕하세요?

퇴근길 같은 넉넉함으로 하루를 여는 '퇴근길 맨발편지' 조연섭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432일 차 맨발 걷기, 어달항 해변을 맨발로 걸었습니다.

파도 소리와 함께 모래밭을 밟다 보면, 복잡했던 생각들도 하나둘 정리되지요.

늘 걷기 출발 30분 정도 지날 즈음이면 전자파와 활성산소가 중화되고 영혼이 맑아지는 느낌을 온몸으로 받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걸음이 무거웠습니다.

맨발 걷기를 마치고 중앙지 본부장과 방문한 포럼장에서 마주친 뜻밖의 소식 때문입니다.


“갑자기 결정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미 3년 전부터 진행되어 온 이 포럼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어 중단될 수 있다.”


그 자리는 공모로 선정된 지속 사업단 관계자들이 전국 각지에서 이미 100여 명이 모인 자리였습니다.

하루 전도 아니고 갑자기 현장에서 발생된 선거법 적용으로 현수막, 유인물을 정리하고 포럼은 주관한 민간기관이 자체 경비로 부담하기로 하고 진행한다는 현장입니다. 취재차 방문한 본부장과 상황을 지켜보면서 생각해 봤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선거법 부정이 아니라는 점을 먼저 밝힌다. 단, 사전 선거운동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후보도 확정되지 못한 시기에, 이미 승인받고 수년간 진행 중인 공공사업의 일환인 포럼이 중단된다면, 그 기준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 왜 후보도 확정 전, 특정 시점부터는 ‘진행 중’이 아닌 ‘선거운동’으로 간주되는 걸까요?


문화기획자 시선으로 보자면, ‘중단’에도 시대적 정신이 필요하고 명확한 세부 기준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또한 수많은 법을 만들고 개정하면서 왜 국민에게 필요한 선거법 개정은 없는 것입니까?라는 질문도 던져봅니다.

중단은 단지 멈춤이 아닙니다.

그동안의 준비, 계약, 이동, 숙박, 일정, 콘텐츠 제작 등은 모두 한순간에 사회적 비용 낭비로 귀결됩니다.


그 포럼은 전국의 사업단 관계자들이 비용을 들여 이동하고, 일정을 조정하며 참여한 자리였습니다.

확정된 예산, 협의된 프로그램, 배정된 인력… 이 모든 것들이 “혹시 모를 선거법 위반”이라는 불확실성 앞에 멈춰 선 것입니다.


이럴 때 묻고 싶습니다.

“이 행사 중단으로 발생한 사회적 비용은 누가 계산합니까?” 물론 옆자리를 지키던 기자 선배가 선관위 본부에 문의한 결과 직접경비는 나라에서 인정한다고 한다. 하지만 낭비는 그것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시 묻습니다.

“정말 국민을 위한 법이라면, 왜 국민의 시간과 비용을 이렇게 낭비합니까?”


선거법, 이제는 다시 봐야 합니다

물론 선거법은 필요합니다.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일 수 있지요.

하지만 무조건적인 적용,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일괄 중단, 이로 인해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회적 손실과 행정의 위축은 오히려 시민에게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선거법, 누구를 위한 법입니까?

국민을 위한 공공성과 문화, 삶의 질을 위한 것도 지켜야 합니다.


[퇴근길 맨발편지 한마디]

“선거는 정치를 바꾸고, 사업은 삶을 지켜야 한다.”

이미 시작된 일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멈춰야 할 것은 특정집단의 숙론없는 오용이지, 국민의 삶이 아닙니다.


글| 조연섭 문화기획자

어달항 맨발 걷기, 사진_ 조연섭
주관사 자체로 진행 포럼, 사진_ 조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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