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문화기획자의 동해실험실
지역문화예술과 젠트리피케이션의 딜레마
조연섭 | 문화기획자, 브런치스토리 작가
“이 거리는 더 이상 우리가 살던 그 거리가 아니다.”
한 예술가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몇 해 전 이곳은 지역주민과 예술인, 청년 창작자들이 함께 어울려 골목을 바꾸고 삶을 나누던 따뜻한 문화공간이었다. 하나 지금은? 감각적인 간판과 외지 자본이 만든 세련된 카페, 갤러리, 그리고 급등한 임대료에 밀려나가는 원주민들만이 남았다. 문화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으나, 그 문화를 만들던 사람들은 사라졌다. 이것이 바로 지역문화예술 현장에서 벌어지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전형적인 그림이다.
문화의 역설, 창조가 추방으로 이어지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원래 쇠퇴한 도시공간이 외부자본의 유입으로 정비되고 고급화되면서 기존 거주민들이 밀려나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문화재생’이라는 이름아래 도시의 오래된 골목, 방치된 공간을 예술가들이 되살리는 일이 많았다. 서울의 문래동, 부산의 감천마을, 전주의 서학동, 강원 동해의 논골담길 등이 그 예다.
이러한 공간은 처음엔 예술가들의 작업실과 실험적 문화공간으로 주목받다가, 이후 ‘핫플레이스’가 되면서 외지인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게 된다. SNS에 오르고 방송에 노출되며 관광지가 되면 자연스레 상권이 형성되고, 임대료가 상승한다. 그러면 창작자도, 오래된 주민도 하나둘 떠나게 된다. 문화가 살린 거리에서, 원 기획자와 문화가 쫓겨나는 아이러니.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 지역문화예술이 마주한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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