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문화기획자의 동해실험실
2025년 7월의 마지막 날, 동해의 해는 어김없이 수평선 너머에서 붉은 기운을 밀어 올립니다. 저는 이 시간의 묵호항을 사랑합니다. 비릿하지만 역동적인 새벽 공기, 경매사의 타전 소리와 상인들의 활기찬 고함, 그리고 만선의 꿈과 고단한 삶을 함께 싣고 돌아온 어선들의 묵직한 엔진 소리. 이 모든 것이 뒤섞인 묵호의 새벽은 서울의 그 어떤 트렌디한 거리도, 인스타그램을 장식하는 세련된 카페도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의 생명력으로 가득합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복제 가능한 성공’에 매료되기 시작했습니다. 저 도시에서 성공한 벽화 마을을 우리 동네에도, 저기서 ‘떴다’는 카페 거리를 이곳에도 옮겨오려 애를 씁니다. 예쁜 조명과 비슷한 간판, 유행하는 메뉴를 가져다 놓으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들은 영혼 없는 복제 인형과 같습니다. 처음에는 반짝할지 몰라도, 그곳에만 있는 고유한 이야기가 없기에 사람들의 기억 속에 깊이 새겨지지 못하고 이내 잊힙니다.
제가 ‘논골담길’을 처음 기획할 때, 가장 경계했던 것이 바로 이 ‘복제의 유혹’이었습니다. 만약 우리가 그저 예쁜 그림을 그리고, 사진 찍기 좋은 장소를 만드는 데만 집중했다면 논골담길은 지금의 모습이 아니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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