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문화기획자의 동해실험실
2025년 8월 10일 휴일 아침, 맨발로 추암해변을 걷고 있었다. 발바닥으로 전해져 오는 서늘한 모래의 감촉과 촛대바위 너머의 여명, 그저 평범하고도 완벽한 동해의 일상이었다. 촛대바위 아래편, 늘 무심코 지나치던 갯바위 군락에 무릎을 굽혀 앉았을 때, 그 평범함의 막이 걷히는 기적 같은 순간과 마주했다.
수억 년의 파도와 바람이 빚어낸 무작위의 결, 그 안에 웅크린 채 나를 바라보는 한 마리의 강아지가 있었다. 동그란 머리와 순한 눈매, 다문 입. 자연은 그저 돌멩이 하나를 그곳에 두었을 뿐인데, 나는 기어코 그 안에서 충직하고 사랑스러운 강아지 형상을 ‘발견’해내고 만 것이다.
어떻게 이런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기호’의 탄생이라고 설명한다. 조금 어렵게 들리지만, 사실 우리가 매일 겪는 일이다. 예를 들어, ‘’ 모양을 생각해 보자. 그 자체는 그저 붉은색의 곡선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보는 순간 ‘사랑’이라는 의미를 떠올린다. 여기서 붉은 곡선(바위의 물리적 모양)이 ‘껍데기’라면, 사랑이라는 의미(우리 머릿속의 강아지 이미지)는 ‘알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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