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노트_ 보훈해봄
1946년 8월 22일 창설된 묵호기지는 대한민국 해군사 초기 단계에서 중요한 위상을 점한다. 해방 직후의 정치·사회적 혼란기 속에서 정긍모 제독을 초대 사령관으로 하여 동해안의 해상 방위를 전담한 이 기구는, 훗날 해군 제1함대 사령부와 일심학교의 직접적 모태가 되었다.
묵호기지의 설립은 신생 국가의 해양 주권을 공고히 하고자 하는 정체성 확립의 상징적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광복을 통해 회복한 해양 주권을 수호하는 실질적 기제였으며, 동시에 지역사회의 안정을 도모하는 핵심 기반으로 기능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묵호기지는 지역문화사의 관점에서 재조명될 필요가 있다. 해군 창설 세대가 보여준 해양 수호에 대한 헌신은 동해 지역 주민들에게 국가와 지역 공동체를 연결하는 상징적 매개로 작용하였으며, 이는 후 세대의 문화적 실천을 통해 계승되었다.
야학으로 일군 권세춘 해군 중사의 일심학교 역사 등 생애는 이러한 연관성을 예증하는 대표적 사례이다. 그는 1963년부터 시작된 야학이 훗날 일심학교 설립으로 이어온 정신은 군 복무를 통해 내면화한 '공익 수호'의 가치를 지역사회 교육으로 확장·실천한 구체적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정 사령관에 의해 시작된 군사적 차원의 공익 수호가 권세춘 중사를 통해 교육적·공동체적 차원으로 계승 및 발전되었음을 시사하는 지점이다.
따라서 묵호기지는 '공익 수호'라는 가치가 시작되고 확산된 사회적 발원지로서의 장소라 할 수 있다. 묵호기지에서 시작된 정신은 국가 방위와 지역사회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연계하는 매개체였으며, 군인과 시민이 공유 가능한 공공적 가치를 창출하였다. 이러한 역사적 연속성은 현재 동해 지역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문화적 실천의 기원을 소급하여 이해할 수 있는 해석적 틀을 제공한다.
결론적으로, 묵호기지에 대한 역사는 해군사와 지역사가 상호 분리된 서사가 아닌, 긴밀하게 연관된 통합적 서사임을 규명하게 한다. 국가의 군사적 기원은 지역 공동체의 구체적인 삶과 직접적으로 접합되어 있으며, 그 집단적 기억은 지역문화의 중요한 무형 자산으로 전승되고 있다.
정 제독의 기지 창설과 권세춘 중사와 김수남 군목, 묵호기지가 주도한 일심학교 설립은 상이한 시공간과 방식 속에서도 '공익 수호'라는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연속선상의 서사로 해석할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헌신의 정신은 국가보훈이 지향하는 현대적 가치와도 긴밀한 연관성을 가지며, 후속 세대를 위한 중요한 인문학적 자산으로 평가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