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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연섭 Jan 06. 2024

행복했지만 고된 묵호의 삶?

4. 이춘자_ 구술사, 눈물의 묵호항

기록일지, 눈물의 묵호항

기록일지, 눈물의 묵호항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지원하고 동해문화원이 공모사업으로 추진한 2023 디지털 생활사 아카이빙 사업 사업이다. 산업유산 묵호항을 배경으로 확정하고, 묵호 사람 구술자 20명과 기록가 10명이 참여해 일궈낸 성과다. 국내 정상급 구술사, 아카이브 마스터 정혜경(일제강제동원 평화연구회 대표), 김선정(한국학중앙연구원 자료 정보실장) 컨설턴트의 인문학 교육 클래스를 마치고 기록한 구술사 대장정이다. 구술에 참여한 기록가가 작성한 소감을 각색하고 기록해 둔다. 이번 구술자는 곽영경 기록가가 기록을 담당한 이춘자 전 등대경로당 회장이다.


• 구술자_ 이춘자

구술자, 이춘자

많은 일꾼을 부리며 강릉에서 농사를 짓던 부농의 딸로 태어나서 6.25 피난을 겪으셨다. 사라호 태풍으로 가계가 기울고 그 많던 땅을 팔고 동해로 이사를 왔다고 한다. 그 후 결혼했고, 그 시절은 물 반, 고기 반이라 할 정도로 어황이 좋았던 때라 매일 명태, 오징어 손질하는 일꾼들 밥을 지어 먹이고, 돈도 많이 벌었다고 한다. 배고프지 않고 풍요로운 시절이었지만, 때로는 힘들고 고생스러운 나날들이었다고 말씀하셨다. 50대에는 부녀회장 하면서 연탄 팔이 운동하러 ‘함태탄광’ 방문, 진폐 환자 위문 봉사활동 하셨고, 벽화로 꾸민 관광지 ‘논골담길’ 조성작업에도 참여하셨다.

풍요로운 시절, 힘들고 고된 나날들?

강릉에서 농사를 짓던 부유한 집안의 딸로 1943년 태어나서 6.25 피난을 겪은 이춘자 구술자님은 넉넉한 집안에서 배를 발동선으로 3척이나 건조했는데, 1959년 9월 ‘사라호’ 태풍피해를 입어 집안이 망했다. “남동생은 학교 다니고 나는 학교 안 갔는데, 가계가 기울고 힘든 나머지 사친회비가 없어서 결국 못갔다”. 동해로 이사를 왔다. 성장해서는 남편을 만나 결혼해서 덕장마을인 묵호에 정착하셨다. 덕장마을은 논골담길이 생기기 전에는 명태, 오징어를 말리던 곳이다. 매일 어황이 좋았던 시절이어서 사람을 써 명태 손질하고 일꾼들 밥을 해서 먹였다. 곰치국 장사를 한다면 대박이라고 할 정도로 곰치국 맛나게 잘 끓이신다. 오징어는 말리는 장소도 따로 없고, 그 당시 냉동시설이 없어서 집에서 건조하였다.

묵호 어판장, 사진_동해문화원DB

정월 초에 고기 잡으러 배 나갈 때 고사를 지냈다. 고사를 지낼 때는 진흙을 깨끗한 산에서 빨간 진흙을 떠다가 놓고, 금줄을 치고 소지를 올렸다. 정월달에는 우리 집이 대갓집이라서 동네 큰일이 있으면 우리 집에서 다 하고 그릇도 빌려줬다. 논골담길 등대로 이사 와서 애들 유치원 보내고 초등학교 보냈다. 다른 사람들은 초등학교도 못 다니던 시절이었다. 김장도 4 식구가 200포기씩 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쌀 걷어 가져다주고, 밀가루 얻어서 없는 집에 가져다주고, 50대 부녀회장 하면서 “연탄 팔아주기 운동해라” 라고 하는 바람에 탄광도 다녀왔다. 발파하는 작업 현장까지 구경하며 먼지를 뒤집어쓰기도 하고 진폐 환자들 병간호도 하였다.

‘용호사’ 절에 일주문을 만들 때 절에서 꽃가마도 태워줬다. 우리 애들은 내가 이렇게 절에 다니고 한 것 모른다. 공부만 하라 했다. 내가 못 배워서 공부하라고 시켰다. 경로당 회장도 했다. 논골담길 해설사 하면서 중국 사람, 일본사람을 많이 만났다. 배우들 와서 같이 사진도 찍고, ‘원더할머니합창단’도 촬영하고, 영화도 찍었다. 원더할매합창단 하면서 방송 출연도 했다. 묵호 논골담길이 자꾸 발전이 되어야 된다. 관광객에게 홍보가 되어서 이곳에 살러 온 사람들도 있다. 스카이밸리는 장애자들이 못 걸어가서 많이 아쉽다. 지금도 논골담길 홍보를 많이 해서 동해가 살기 좋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구술자 이춘자 구술 중에서…

• 기록가_곽영경

가록가_곽영경

강원특별자치도 인구소멸 및 지역발전과 협업에 관심을 가지고 발한동 로컬 매거진 ‘바라던 바란’ 에디터로 활동하였고, 강원도 정선에서 열린 한·일 로컬 크리에이터 콘퍼런스에 참여하였다. 독서교육 및 활동으로 서울특별시의회 의장상 수상 및 ‘패턴으로 재미있게 서평 글쓰기 책’을 출간한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구술자분들의 삶을 존중하게 되면서 지역 아동 및 어르신들을 위한 지역 문화 콘텐츠인 ‘망상해뜰책뜰’ 바닷가 작은 도서관 서포터스로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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