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 맨발 걷기
맨발, 자연과의 소박한 연결
동해 추암 해변은 새벽 공기가 깔리면, 여행자들과 시민들은 맨발로 해변을 걸으며 일출을 기다린다. 예전 같으면 대부분 신발을 신고 촛대바위에 오르거나 해변가에 모여 일출을 감상했다. 관광객들이 이제는 해변의 모래와 파도에 발을 맡기며 자연을 몸으로 느끼는 새로운 여행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오늘도 버스 세 대가 도착해 100여 명의 관광객이 해변에 내려 단체로 맨발 걷기를 시작했다. 해변을 따라 맨발로 걷고 일출을 맞이하는 이 일정은 이제 관광의 중요한 트렌드가 되고 있고 여행상품의 가능성과 필자가 언젠가 글로 공개한 바 있는 인구소멸 위험도시 동해의 관계인구 늘리기 가능성이 현실화되는 현장이다.
맨발 걷기의 의미는 발에 신발을 벗기는 행위보다 인위적인 것을 내려놓고 자연과 다시 소박하게 연결되는 데에 있다. 현대인들은 도시 속에서 인공적인 환경에 둘러싸여 살아가면서도 자주 건강과 자연의 균형을 갈망한다. 맨발 걷기 열풍은 이러한 갈망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해변 맨발 걷기가 슈퍼어싱이라는 단어가 말해주듯이, 땅을 맨발로 밟는 시간은 몸이 자연의 에너지와 직결되는 특별한 체험으로 알려져 있다. 맨발로 흙을 밟고 바닷물에 발을 담글 때, 사람들은 그 순간만큼은 복잡한 생각을 잊고 자신을 감싸는 자연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
해변 맨발 걷기 100일을 진행한 동해시청 박종을 국장은 늘 밝은 모습으로 에너지는 넘치는 맨발러로 통한다. 박국장은 "맨발 걷기 후 출근은 과거와 다른 느낌이 묘하게 오곤 한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해소되고, 면역세포가 증가하는 느낌을 온몸으로 느낀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독특한 느낌의 에너지가 생성되는 거 같다."라고 한다.
이러한 맨발 걷기는 우리 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맨발로 해변을 걷는 동안 사람들은 자연에 대한 경외와 고마움을 배우고, 다른 이들과 침묵 속에서 교감하며 공동의 경험을 나누게 된다. 단체로 추암 해변을 걸으며 일출을 기다리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작은 공동체를 이루며, 사람들에게 소통의 가치와 삶의 의미를 상기시켜 준다. 더불어, 관광지의 단순한 시각적 감상에서 벗어나 자연을 깊이 느끼고 함께 즐기는 여행은 보다 지속 가능한 관광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맨발 걷기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사람들에게 본질적인 체험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이는 우리 사회가 건강과 자연, 그리고 공동체의 가치를 중시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작은 발걸음이 될 것이다. 자연과의 소박한 연결 속에서 여행의 본질적 즐거움을 느끼고, 자신과 타인, 자연에 대한 존중을 되새기는 건강한 여정이 되기를 바라며 자치단체는 인구소멸시대 관계인구 늘리기 정책에 '맨발 걷기' 반영을 검토할 시간이 바로 오늘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