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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Catkr Jun 17. 2016

화장하지 않는 여자

May. 2009, E100VS, Daejeon


한두 번 본 사이도 아니고 거의 몇 개월을 만나 본 사이였지만, 내가 처음 본 순간부터 그는 한 번도 화장을 하지 않았다. 물론 나는 화장하지 않는 점이 전혀 불만스럽지 않았다. 사실 그는 화장을 안 해도 될 만큼 피부가 좋았고 건강한 사람이었다. 그러다 어느날 같이 나들이를 나갔을 때 그의 사진을 찍으려고 뷰파인더로 그를 바라보다가 그가 눈화장 한 것을 발견했다. 화장을 잘 안하던 버릇 때문인지 그런지 화장하는 법을 잘 몰랐던 같았다. 게다가 눈이 큰 편이고 그날 따라 날씨가 맑아서 그런지 어색한 티가 더더욱 났다. 


"왜 갑자기 화장을 했어?" 

"화장을 안 한다고 그러길래..." 


사실 그와 예전에 화장에 대해서 대화를 한 기억은 있어도 불평을 한 기억이 없었다. 아마 그 대화 중에 그가 화장을 거의 안 한다는 점에 내가 신기해 했겠지만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그는 내가 그저 던진 말에 고심했고 나에게 더 잘 보이려고 했던 듯 싶었다. 그리고 난 그 때 처음으로 누군가가 날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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