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2. 내분비내과 실습
2009년부터 대한민국에서 의사를 하기 위해서는 실기시험과 필기시험 모두를 통과해야 한다.(무려 아시아 최초로 실기시험이 도입되었다고 한다.) 실기시험의 경우에는 CPX와 OSCE라는 항목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이 중 CPX는 모의 환자를 대상으로 의사로서의 전반적인 진료능력을 평가하는 항목이다.
CPX 채점 항목에는 매우 많은 것들이 있지만, 요약하자면 문진과 신체진찰, 환자 교육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중 특히 교육 부분에서는 환자에게 치료의 부작용부터 약제의 부작용, 치료 시 있을 수 있는 증상과 어떤 증상을 보일 때는 반드시 병원에 내원해야 한다는 점을 꼭 알려줘야 한다. CPX는 제한시간이 총 10분이다.
10분은 학생들에게 절대적으로 짧은 시간이다. (물론 본과 3학년 기준) 환자는 증상을 호소하며 의사를 찾기 때문에, 증상 중심의 공부가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체중감소를 호소하며 오는 환자들에게는 '체중감소'라는 말을 듣자마자 머릿속에 다음과 같은 그림이 그려져야 한다. 아래에서 세 보면 총 17가지의 질환이 이론상으로는 가능한데, 혹시 모르니 17가지를 모두 감별할 수 있는 질문을 하나씩 해야 한다.(시간에 쫓겨 두 개씩 물어보면 모의환자가 앞의 질문은 일부러 대답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3분 진료(3분도 안 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의료에 있어서 가장 중심이 되어야 하는 환자에 대한 헌신, 이해도가 부족함을 꼬집는 말이다. 일전에 만난, 공직에 계신 한 의사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3분 안에 각종 부작용 설명, 법적 문제는 물론이고 그 외 모든 것을 고려해서 환자를 볼 수 있는 의사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 의사밖에 없을 것이다.
아마 AI가 지배하는 시대가 와도 절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PK실습을 돌다 보면 주중 일정 중 1차 의료 기관으로 파견을 나가는 일정이 가끔씩 있다. 이번에는 3대째 내려오는 당뇨 전문 내과 의원에 파견을 나가게 되었다. 당뇨는 진단 기준 중 공복 혈당의 수치가 중요한 특성상 오전에 환자들이 굉장히 많다. 또한 만성질환의 특성상 노인 분들이 많이 오시는데, 멀리서 오신 분들도 많으셔서 그런지 다들 걱정들을 한아름씩 안고 오신다.
당뇨는 고혈압과 더불어 각종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다. 초기에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 등이 잘 관리된다면 정상인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하지 절단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앓게 될 수도 있다. 환자의 복약, 투약 순응도가 당뇨 개선도는 물론이고 향후 생존율과 깊은 관계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원장님은 빠르고 능숙했다. 3분도 안 되는 시간에 환자에게 눈을 마주치며 반갑게 인사, 모니터를 스캔하며 달라진 각종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 확인, 현재 복용 중인 약제 확인과 더불어 부작용이 있는지도 묻기, 환자가 느끼는 약제의 효능은 어떤지, 만약 약제를 교체해야 된다면 그 약제의 특성과 있을 수 있는 부작용 설명, 또 다른 증상은 없는지 묻기, 그 와중에 옆에 앉아 있는 내게 각종 당뇨와 관련된 질문하기 등을 모두 하셨다.(그 와중에 한 할머니는 나보고 새로 온 의사 선생님이냐고 물으셨다.ㅎㅎ;)
물론 약만으로 조절이 되는 만성질환의 경우임을 감안해야겠지만, 환자들이 짧은 진료 시간에 불평하며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냐고? 전혀. 짧지만 꼭 필요한 정보와 본인을 염려하는 의사의 마음이 전해져서 그런 게 아니었을까(혹은 환자 분이 정말 바쁘셨을수도...)
대문사진 출처 : https://www.hidoc.co.kr/healthstory/news/C0000111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