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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lish Oct 27. 2024

장바구니 whatsinmybag

계절이 허락한 장보기

지금 나의 장바구니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뒤적거려 보려 합니다.

누런 호박 빛깔 늙은 호박을 녹즙기로 갈아서 끓이면 단호박과는 다른 진한 호박의 꼬리한 향이 배여있는 호박죽이나 호박숲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양이 엄청 증식하기 때문에 보온통에 넣어서 따뜻한 마음이 고플 이에게 전하여 함께 나누기에 좋을 거에요. 채칼로 가늘게 쳐서 감자채와 같이 부쳐 먹으면 비오는 날의 식사나 막걸리의 단짝이 되어 주겠지요.

여름이 지나갈 때 제철을 맞아 맛도 양도 가격도 더 할 나위없는 고구마도 자주빛 얼굴을 환하게 내어 놓습니다. 밤고구마든 호박고구마든 종류를 불문하고 달콤함은 최고이고 커피든 우유든 두유든 궁합도 가리지 않거든요.

강낭콩과 끝물 옥수수를 말린 알맹이, 땅콩도 가을바람이 할퀴고 간 여름들녘을 갈무리하는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어요. 강낭콩은 밥 위에 얹어서 입맛 도는 한 끼가 되고 땅콩은 삶아서 책을 읽다가 먹을 테여요. 여름날 옥수수는 원없이 쪄 먹었으니 이번에는 미뤄둔 영화를 보면서 먹을 팝콘을 튀기거나 내일 아침 새로운 밥위에서 득한 식감을 주며 입안에서 톡톡 터질겁니다.

비는 오는데 시절은 수상한데 가을비가 예쁘게도 내리고 있는 저 들판은 어머니처럼 아직도 내어주지 못해 미련이 남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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