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누구나 마음 속에는 이야기가 있다
마르지 않는 우물에서 꺼내어 쓰는 원칙
사람들은 과거와 미래의 이야기가 귀를 간지럽혀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어서 흘러가는 시간에 역행하는 마음을 붙들고자 글을 쓴다. 읽는 것도 쓰는 것도 싫은 소셜미디어의 화려한 사진과도 같은 글은 지루하다. 올리는 이의 의도와 다르게 결핍을 진열하는 것 같아서이다. 아는 것을 드러내고자 용어를 남발한 글도 사전이나 위키피디아 같아서 지루하다. 어차피 사전보다 잘 쓰기는 힘들다. 인간적인 이야기로 승부를 할 수 밖에..까만 밤은 혼자만의 자유, 인간적인 고뇌의 해방구, 바람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마음의 지평선을 향해 달려보는 시간이다.
쉽게 쓰려고 노력하고 있고 설명하고 요약하는 일을 해왔기 때문에 어차피 어렵게 쓰지 못한다. 의식의 흐름이 안드로메다로 데려갈 때를 빼고는..
본론부터 냅다 던지고 본다. 바쁜 시대이기 때문에 군더더기나 사설은 스킵하는 버릇 때문이다.
메시지가 없는 소모성 글이나 과시성의 글을 쓰지 않으려 노력한다. 적어도 의식이 닿는 부분까지는.
AI가 하는 출력된 이야기와는 다른 인간의 덕목은 언제나 꺼내 써도 마르지 않는 이야기를 내면의 빅데이터에 담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들여다보면 과거의 이야기와 내일의 이야기가 조우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지성과 감성이 어울리는 소리이다. 느끼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것은 죄가 아니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온전히 느끼고 능력껏 앎을 get 하는 것은 풍요롭고 아름다운 일이다. 성공을 하고 높은 자리에 있다 해도 모두 그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제6의 감각이 없는 이들의 결핍은 슬픈 것이다.
뻔한 얘기를 앵무새처럼 반복해서 복사하는 일도 하지 않고 싶다. 시선과 귀를 미혹하는 일이다.
신기하고 모순적인 사실은 수만 년 인류역사 이래 새로운 것은 없고 과거의 답습이라 해도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노력은 언제나 의미가 있다.
글을 쓰는 선의는 분명하다. 그 선의를 쏘아 줄 적절한 독자가 있어 글을 읽고 부담과 스트레스를 덜어내고 담백하게 글이 던지는 메시지와 선의에 응답해 주기를 기다릴 뿐이다.
일정 정도의 리듬감과 읽는 이의 마음을 긁거나 밝힐 수 있는 양념을 얹으려 노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연히 길을 가다 마주치는 사람처럼 다가오는 글을 읽다가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원치 않는 타이밍에 갑작스럽게 울리는 글이 있다. 밥 먹다 노래를 들으며 울었던 이야기, 엄마에게 미안했던 이야기 등 모아보면 빅데이터가 된다. 도출된 출력값은 모두가 이야기를 그것도 슬픈 이야기를 가슴에 하나씩 품고 산다는 것이다. 글을 읽으며 슬픔과 슬픔이 만나 울기도 하고 정화가 되기도 한다. 그 슬픔을 꺼내어 쓸 수 있다는 것은 텅 빈 가슴의 그것보다 행복한 일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은호는 요즘 글을 쓰고 있다.
처절하고 아름다운 공허 요란한 내면의 외침을 외면하지 못하고 사라져간 이름 없는 별들이 얼마나 많을지.. 언제나 인간적 고뇌는 가슴을 울리고야 만다.
늦은 밤 은호는 자신의 글의 조악함을 자조하며 자신의 삶에서 원인을 뒤적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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