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저리대학 교수진 중 한 명이 한국인과 결혼했는데 시어머니가 1인 1 두줄김밥을 준비해 주셔서 우리 일행은 각자의 몫을 받아 주말의 어드벤처를 위해 길을 떠났다. 김밥매니아인 나는 미국에서 두 손에 받아 든 집에서 싼 김밥으로 이미 행복해져 버렸다. 한국에서 흔히 보던 은박지에 돌돌 쌓인 김밥을 살짝 들춰보니 진짜 한국식 집김밥이다. 점심때만 먹으란 법은 없으니 야금야금 먹고 점심시간에는 많이 먹지 않은 다른 이의 것도 뺏어 먹어야겠다며 속으로 탐욕을 가득 담은 생각이 피어오른다. 오늘의 소풍은 그 이름도 유명한 톰소여의 무대인 미시시피강.. 은 아니고 그 지류인 화이트리버에서 래프팅 아니 카누잉을 하는 것이다. 미시시피강은 사실 우리의 상상과는 달리 한창 개발기의 한강처럼 흙탕물이거나 더한 색을 보여주지만 반면에 우리가 오늘 가는 작은 지류는 놀랄 만큼 물이 맑은 아담한 폭을 가진 정이 가는 작은 규모를 가지고 있다. 물의 깊이는 무릎정도에서 허벅지정도 되고 바닥에는 모래보다는 크고 자갈보다는 작은 돌들이 깔려있다 주위는 산들의 나무와 풀들로 여름의 초록초록한 강가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타고 갈 커누는 작고 긴 배인데 우리가 세 명씩 순서대로 탈 수 있는 크기였다.
가다가 잠시 서서 하늘을 보거나 물놀이를 하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하면서 한 두세 시간을 끝이 없는 그 작고 맑은 강을 따라 내려가는 건데 나는 거기서 내 인생에 손꼽는 카타르시스, 유포리아를 맛봤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감동적인 취향저격 소풍이었다 하지 않을 수 없다. 하늘은 푸르고 강은 맑게 흐른다. 나무는 초록초록하고 햇살은 나뭇잎의 색을 바꾸고 물에 비쳐 반짝거리며 여름날 덥지 않을 정도의 온도를 만들어 주었다. 물가에서의 놀이라면 우리나라 계곡의 바위에서 풍류를 즐기던 양반들의 그것을 최고로 쳐왔는데 이것은 그에 버금가는 멋들어진 문화생활이 아닌가. 노를 저을 것도 없어서 앞에서 한 사람이 방향을 잡으며 수고할 동안 책이라도 읽을 수 있는 평화로움과 조용함이 주위를 온통 덮고 있는 그야말로 별천지라고밖에 할 수 없다. 가장 일상적이고 잔잔한 평화말이다 .. 미국인들에게 처음으로 부러움을 느낀 순간이다. 아니 이런 좋은 것을 자기네들만 즐기면서 좋아라 하고 있었구나. 여행은 가고 볼 일이다라며..
우리 노래 중에 그런 유유자적 욕심없는 평화를 노래한 곡이 있었는데..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나는 살겠다.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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