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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lish Oct 25. 2024

홍어부심

뻥 뚫림으로는 사이다의 한 수 위. 톡 쏘는 청량함

이 글은 미국에서 발현한 피쉬앤칩스로는 채워질 수 없었던 홍어부심을 이야기한다. 함께 간 이들 중에서 시도 쓰고 책도 낸 분이 있었는데 프로그램이 끝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모두를 데리고 시인들의 단골가게라는 통술집을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나는 생애 처음으로 홍어삼합이하 한 가족인 요리들을 맛보았다. 사실 우리 집에서도 홍어무침은 명절 때 가끔 미나리와 함께 무쳐서 나오기도 했지만 이런 식의 홍어의 결이 보이는 것은 처음 먹어 보았다.

그 맛의 향과 독특한 식감이 좋았는지 다음에 미국 갔을 때에는 한국에 돌아가서 제일 먹고 싶은 음식이 이 집의 홍어였다. 라면맛집과 한식맛집이 있어서 그런 음식은 원 없이 먹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채식주의자들의 평화주의를 지향하고 그들의 정신을 지지하는 나로서는 스스로의 모순에 빠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생명으로서의 입장을 저버리고 음식으로 문화로 사회생활을 하는 입장으로 나 자신을 합리화하며 마치 처음부터 음식이었던냥 하며 나 자신에게 관대해지고 만다. 내가 유명인이었다면 지탄받을 일이다.

개인적으로 홍어는 그냥 먹는 것보다 생선전유어처럼 계란옷에 부쳐먹는 것이 더 맛있다고 느껴진다. 톡 소는 사이다의 상큼함을  더

잘 느낄 수 있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일반 전유어와 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고수와 방아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홍어는 생선계의 고수이자 방아라고 할 수 있다. 비릿한 생선요리에 긴장감을 주는 톡 쏘는 청량함이라니 가히 수제맥주의 청량감에 비할 수 있다. 어쨌든 홍어는 먹게 된다면 설레는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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