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집, [기억되지 않는 대화들]의 첫 번째 이야기
1. 그녀, 서연.
민준은 처음 서연을 본 순간을 잊을 수 없었다.
소개팅 자리에서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오던 그녀의 모습은 마치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검은 생머리가 살짝 흔들리며, 수줍은 미소를 지은 채 그를 바라보던 순간. 흰 원피스 사이로 비치는 쇄골의 곡선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자리에 앉는 그녀의 우아한 모습에 그는 자신의 심장이 멎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봄날의 산들바람처럼 부드러웠다. 커피잔을 들어 올리는 하얀 손가락,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는 자연스러운 동작, 모든 것이 그의 욕망을 자극했다. 하지만 그 부드러움 속에 숨겨진 단단함을 발견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순해 보이는 인상과는 달리, 서연은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가진 여자였다. 5번의 만남 동안 그녀는 늘 예의 바르게, 하지만 단호하게 거리를 유지했다. 우연한 듯 시도되는 손 끝의 접촉도, 어깨를 스치는 팔의 움직임도, 그녀는 마치 물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듯 자연스럽게 거리를 만들었다. 닿을 듯 말 듯한 그 거리감이 민준의 마음을 더욱 설레게 했다. 아니, 어쩌면 그를 더욱 갈망하게 만들었다.
"우리... 만나볼래요?"
다섯 번째 만남에서 겨우 꺼낸 고백. 늦은 밤 한강공원 벤치에서였다. 그녀는 잠시 침묵했고, 그 침묵은 민준의 심장을 쥐어짜는 것만 같았다. 달빛 아래 그녀의 입술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다. 하지만 마침내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을 때, 그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그 순간, 그는 그녀의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