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집, [기억되지 않는 대화들]의 첫 번째 이야기
Prologue
문이 열렸다. 차가운 공기가 느껴졌다. 안내 데스크에서 서서히 흘러나오는 배경음악은 오묘한 신비감과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익숙한 도시 한가운데 위치해 있지만, 마치 우주선 한복판에 떨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눈앞에 펼쳐진 곳은 ‘스페이스 오디세이 2024’. 방탈출 카페가 아니라 진짜 우주선이라 해도 믿을 법한 비현실적인 풍경이 민준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서연은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민준의 옆에 섰다. 만난 지 일주일 남짓,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며 수없이 설렜던 그가 오늘을 위해 계획한 완벽한 데이트. 서로의 마음이 더 가까워질 이 특별한 순간을 위해, 그는 일부러 인기 많은 카페를 제쳐두고 신상 방탈출 카페를 찾아냈다. 우주선이라는 이색적인 콘셉트, 그리고 밀폐된 공간. "둘만의 시간이 좀 더 깊어질 수 있겠지?"라는 기대를 품고 그는 이곳을 예약했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무표정한 안내자가 둘을 방으로 이끌었다. 철저히 설정에 몰입한 듯한 그의 무뚝뚝한 얼굴이 묘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지금부터 눈을 감고, 안대를 착용해 주세요. 방을 나가실 때까지 모든 지시에 따라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의 차가운 목소리가 공기 중에 파문처럼 울렸다.
민준과 서연은 약간 불쾌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 모든 것이 '컨셉'일 거라 생각했다. 둘은 눈을 감고, 가슴이 설레는 긴장감 속에 안대를 착용했다. 마음속으로는 이제 곧 펼쳐질 재미있는 데이트를 상상하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문이 닫히고, 방 안에 어둠이 깔렸다.
그리고, 민준과 서연은 곧 이 컨셉이 단순한 놀이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