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티백 자판기 Oct 27. 2024

도심 속 무중력 방탈출 카페 (2)

단편집, [기억되지 않는 대화들]의 첫 번째 이야기

2. 일주일


일주일. 그들이 연인이 된 지 겨우 일주일이 지났다. 민준에게는 너무나도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매일 밤 스마트폰 속 그녀의 사진을 들여다보며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카페에서 찍은 사진, 영화관 앞에서 찍은 사진, 식당에서 찍은 사진... 모든 사진 속에서 그들은 마치 친구 같았다. 연인이라기엔 너무나 어색한 거리감이 있었다. 하얀 원피스 차림의 그녀가 카메라를 향해 웃고 있지만, 그 미소는 누구에게나 보여줄 법한 예의 바른 미소일 뿐이었다.


그는 서연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고 싶었다. 다른 연인들처럼 손을 잡고, 어깨에 기대고, 서로의 온기를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서연은 여전히 신중했다. 영화관에서 어깨에 기대려 할 때면 팝콘을 집어 먹었고, 카페에서 손을 잡으려 하면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그녀의 보수적인 태도는 때로 민준을 답답하게 했다.


'이대로는 안 돼. 뭔가 특별한 계기가 필요해.'


퇴근길, 지하철에서 우연히 마주친 방탈출 카페 광고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밀폐된 공간. 둘만의 시간.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를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 술자리나 놀이공원도 아닌,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공간. 머릿속에서 계산이 시작되었다. 적당한 긴장감, 두려움,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날 신뢰. 그녀가 자신을 의지하게 된다면, 어쩌면 그 이후로는 달라질지도 모른다.


"이번 주말에 방탈출 카페 가볼래?"


퇴근 후 커피를 마시며, 최대한 담담한 목소리를 유지하려 애쓰며 물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제안인 척했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그날의 시나리오가 완성되어 있었다. 적당한 공포와 스릴. 그리고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허물어질 그녀의 차가운 벽. 어둠 속에서, 그녀는 더 이상 완벽하게 자신을 통제할 수 없을 테니까.

이전 03화 도심 속 무중력 방탈출 카페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