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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백 자판기 Oct 27. 2024

도심 속 무중력 방탈출 카페 (3)

단편집, [기억되지 않는 대화들]의 첫 번째 이야기

3. 도심 속 방탈출 카페


집으로 돌아온 민준은 곧바로 노트북을 펼쳤다. 방탈출 카페를 검색하는 그의 손가락은 평소보다 조금 더 빨랐다. 인기 있는 곳들은 이미 예약이 꽉 차 있었다. 강남의 유명한 곳들은 2주 뒤까지도 자리가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잘됐다. 번화가의 시끌벅적한 곳보다는 조용히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좋았다.


그러던 중 발견한 '<스페이스 오디세이 2024>'. 낡은 상가 건물 꼭대기 층,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카페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방탈출 게임을 제공했다. 설명을 읽자마자 민준의 눈이 반짝였다. 리뷰도 별로 없고, 찾아가기도 쉽지 않은 위치였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서연이 좋아하는 영화 '인터스텔라'와 비슷한 컨셉이라는 점이었다.


"우주 배경이래. 인터스텔라처럼."


카톡을 보내고 기다리는 동안, 그는 이미 그날의 장면들을 상상하고 있었다. 어두운 우주 공간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퍼즐을 푸는 모습, 그녀가 자신을 믿고 따르는 순간들. 평소의 차가운 서연이 아닌, 조금 더 솔직한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서연의 답장이 늦어질수록 그의 기대는 더욱 커져갔다.


[음... 좋아요. 근데 좀 무섭진 않을까요?]


드디어 온 답장에는 미묘한 망설임이 묻어있었다. 그 망설임이 오히려 반가웠다. 완벽하고 이성적인 그녀가 아닌, 불안해하고 의지하고 싶어 하는 서연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제가 있잖아요 ^^]


태연한 척 답장을 보내며 민준은 예약 버튼을 눌렀다. 토요일 저녁 7시. 마지막 타임이었다. 그는 어쩐지 그 시간이 가장 적당할 것 같았다. 해가 저물고, 을씨년스러운 건물도 한층 더 음산해질 시간. 그녀가 자연스럽게 자신을 찾게 될 시간.


예약 완료 문자를 확인하며 민준은 은근히 미소를 지었다. 이제 그가 할 일은 그저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토요일 저녁이 오기를, 그리고 마침내 그들 사이의 차갑고 단단한 벽이 허물어질 순간이 오기를. 우주의 어둠 속에서,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의 마음을 숨길 수 없을 테니까.


그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창밖으로 달빛이 희미하게 스며들었다. 마치 우주의 한 조각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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