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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백 자판기 Oct 27. 2024

도심 속 무중력 방탈출 카페 (6)

단편집, [기억되지 않는 대화들]의 첫 번째 이야기

6. 기회


문이 열리는 순간, 차가운 진공이 그들을 맞이했다. 시야 가득 펼쳐진 광경에 둘은 숨을 멈췄다. 끝없이 펼쳐진 칠흑 같은 우주. 반짝이는 별들. 그리고 저 멀리, 푸른 구슬처럼 떠 있는 지구. 너무나 완벽한 광경이었다.


'이게 말이 되나?'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하지?'


의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들의 몸이 떠올랐다. 실제 무중력 상태. 처음 경험하는 몸의 부유감에 둘 다 당황했다. 서연이 작은 비명을 지르며 민준의 팔을 잡으려 했지만, 오히려 그 반작용으로 둘 다 반대 방향으로 휘청였다.


"으악!" 

"조심해!"


우주선 벽면을 향해 둥실둥실 떠다니다 부딪치는 동안, 처음에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마치 물속에서 헤엄치는 것처럼, 아니 그보다 더 자유로운 느낌. 서연의 웃음소리가 헬맷 속에서 울렸다.


"야, 이거 진짜 대단한데? 어떻게 이런 걸 만들었지?"


하지만 신기함도 잠시, 실제로 임무를 수행하려 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우주선 외벽에는 여러 개의 깨진 부품들이 있었고, 그들은 그것들을 제자리에 끼워 맞춰야 했다. 간단해 보이는 작업이었지만, 무중력 상태에서는 모든 것이 달랐다.


"아, 진짜..." 

서연이 사다리를 붙잡고 애를 쓰며 첫 번째 부품을 끼우려 했다. 간신히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그녀의 머리카락이 헬맷 안에서 흐트러졌다. 

"이거 생각보다 너무 힘든데?"


시간이 흐를수록 즐거움은 지루함으로 바뀌었다. 무중력에서의 모든 동작은 예상보다 열 배는 더 힘들었다. 서연의 얼굴에 땀방울이 맺혔다.


"우리... 그냥 힌트 쓸까?" 

열 번째 부품을 끼우다 실패하고 나서 서연이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진짜 너무 불편해. 도저히 못하겠어."

민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그도 지쳐있었다. 이런 식의 데이트는 자신이 계획했던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입장하기 전 안내자가 건넸던 공기계를 꺼내들며 그는 잠시 멈칫했다.


무중력 상태에서 둘은 자연스럽게 서로를 향해 떠다녔다. 힌트를 함께 보기 위해서는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다. 서연의 헬맷이 그의 헬맷과 부딪힐 듯 가까워졌다.


민준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드디어. 그가 며칠째 상상해온 순간이 눈앞에 있었다. 서연은 도망칠 수 없다. 이 무중력 상태에서는, 그녀도 어쩔 수 없이 그의 품에 안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이런 기회가 오겠는가.


그의 손가락이 서연의 헬맷 잠금장치를 향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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