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이야기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다> 시리즈를 쓰면서, 여기에 걸맞은 몇몇 단편 영화들이 떠올랐으나 깜박하고 추천하지 못한 게 생각났다. 그래서 오늘은 시리즈에서 언급했던 내용에 알맞은 단편 영화들을 추천하고자 한다.
1. 지구가 하나의 시뮬레이션이라면?
제목 : Untitled Earth Sim 64(2021)
감독 : Jonathan Wilhelmsson
시놉시스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여성이 버그에 걸려, 자신이 살고 있던 세상이 사실 하나의 시뮬레이션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간단 리뷰
세상이 시뮬레이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가장 걱정해야 하는 건 진실의 빨간 약과 거짓의 파란 약이 아니라, 내가 버그라는 것을 들켜 개발자에게 삭제당할 수도 있다는 존재 말살의 공포라는 걸 알 수 있는 영화. 영화 매트릭스에서도 보면 스미스 요원이 버그인 네오를 삭제하기 위해 악착같이 쫓아오지 않던가. 세상이 시뮬레이션이라고 한들 현실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찾기도 쉽지 않으니 내가 버그라는 사실 그 자체를 즐기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겠다 싶다.
게임 속 주인공이었던 스킬맨은 그의 연인 베로니카와 함께 험난한 모험을 성공적으로 마친다. 다들 이걸로 이제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스킬맨은 안락한 일상 속에서 PTSD로 점점 미쳐가기 시작하고, 베로니카는 그의 모습을 버거워하기 시작한다.
간단 리뷰
게임이 끝나면, 주인공의 인생에 행복만 남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이 당연하게 생각되는 생각 그 자체가 굉장히 모순적이다. 모험을 거치는 내내 그는 생존에 위협을 받았고, 살기 위해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며 살아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간다고 한들 그 평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힘들 때마다 돌아갈 집을 그리워하지만, 그 과거는 이미 모험을 떠난 시점에서 잃어버렸다는 걸 깨닫는 것. 영웅의 귀환이 마냥 달콤하지만 않은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