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여정 17단계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귀환"이다. 보통 우리는 영웅의 여정의 끝은 집에 도착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모든 고난을 겪으며 집에 왔으니 이제 부귀영화만 누리면 되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귀환은 여정의 끝이 아니다. 귀환 후 영웅이 마주해야 하는 것은, 자신의 기억과는 달리 작고 불편하리만큼 편안한 집에 대한 어색함이기 때문이다.
스토리 문법학자 오쓰카 에이지는 스토리를 조셉 캠벨보다 훨씬 더 간단하게 3단계로 구조화한다.
오쓰카 에이지의 스토리의 구조
구조를 설명하자면 이렇다. 무료한 일상으로부터 결핍을 느끼는 주인공이 어떠한 계기로 인해 새로운 세계(비일상)로 넘어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이야기. 즉, 공간을 기준으로 집, 이세계, 다시 집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이 기준 축에서 더 주목해 보아야 하는 건 공간의 변화보다도 "주인공의 변화"이다.
프로도의 운명을 바꾼 절대 반지
반지의 제왕의 프로도를 예로 들어보자. 절대 반지를 얻게 된 프로도는 이를 파괴하기 위해 엘프, 난쟁이, 오크 등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 목숨을 건 여행을 하고 마침내 반지를 모르도르에 있는 운명의 산까지 옮겨 파괴하는 것에 성공한다. 사명도 달성했고, 이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부와 명예를 얻은 프로도는 안식을 찾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간다. 여기까지가 보통 여정의 끝이다.
사후 세계의 천국에 해당하는 곳 <발리노르>
그러나 여정을 마친 프로도는 모험 중에 얻은 상처의 고통과 더 이상 경계하지 않아도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요정과 간달프와 함께 집으로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발리노르(※사실상 사후 세계)로 떠난다.
그가 집을 견디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평화로운 일상을 박탈당했던 그가 마침내 평화로운 일상을 회복했을 때 여정은 끝났지만, 그 평화를 즐기기엔 인물 그 자체가 과거와는 다른 인물로 변화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이를 종합하여 살펴보았을 때 이야기의 진정한 시작과 끝은 공간의 변화보다도 주인공의 변화 유무에 달려있음을 알 수 있다.